훈수 둔 MB “디자인보다 실용” 코엑스 찾아 꼼꼼하게 지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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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6일 서울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코엑스를 둘러보고 점검했다. 이날 처음 공개된 회의장에서 이 대통령이 의장석에 앉아 임태희 대통령실장 등과 함께 시설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조문규 기자]

“디자인 위주로 하지 말고 실용적으로 (준비)하라.”

 이명박 대통령이 6일 오전 서울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열릴 코엑스(COEX)를 둘러본 뒤 내린 지시다. 이 대통령은 이날 회의장과 주변 시설의 준비 상태를 점검한 뒤 ‘따발총 지적’을 쏟아냈다. 현장을 찾은 이 대통령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정상 라운지(대기실) 좌석 배치였다. 이 대통령은 즉시 “(서로) 이야기할 수 있도록 (의자를) 바짝 붙여야 한다”고 지시했다. 의자에 앉아보고 나서는 “너무 푹 들어간다”고 했다.

 라운지를 나서던 이 대통령은 한편에 놓인 화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흰색 바탕에 용 무늬가 새겨진 화분이었다. 이 대통령은 “서양사람들에겐 중국 것처럼 보이지 않겠느냐”며 “(우리) 청자나 백자도 있다”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6일 정상 라운지에서 소파가 너무 푹 들어간다고 지적한 뒤 “방석을 두 개 높이면 될 것 같다”며 직접 떼어낸 소파 방석을 임태희 대통령실장에게 건네고 있다. [조문규 기자]

이어 회의장으로 향한 이 대통령은 자신이 쓸 의장석에 앉아본 뒤 “소리가 울린다”며 음향시설을 점검하라고 했다. 또 회의장 내 조명에서 소음이 난다며 없앨 것을 지시했다. 의무실 앞에 붙어 있는 ‘응급처치’라는 뜻의 영문 표기 ‘First Aid’라는 안내판을 보고는 그걸 국제표준의 병원 표지로 바꾸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시설물을 둘러보다 “행사가 끝나면 집기들을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다. 한 참모가 “경매에 부친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값을 잘 받으려면) 쓰기 전에 (미리 경매에 부쳐) 입찰을 하는 것”이라고 훈수를 뒀다.

 ◆“예시적 가이드라인에 합의할 것”=이 대통령은 서울 G20 정상회의의 최대 쟁점인 환율 문제와 관련, “정상들이 ‘예시적 가이드라인(indicative guideline·경상수지 흑자폭과 연동해 무역 불균형을 줄이는 방안)’에 합의할 것”이라며 “합의사항을 정확하게 준수하지 않는다면, 그런 국가에 대해선 ‘동료국의 압력(peer pressure)’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6일 보도된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다.

 이 대통령은 “G20 회의에서 도출되는 합의에는 법적 구속력이 없고, 회원국은 자국 이해에 맞는 정책을 선택할 권리를 갖는다”면서도 “그러나 모든 회원국이 지난 수개월간 이 문제(환율)에 대해 광범위한 논의를 했다는 점은 바로 이들의 (합의) 약속”이라고 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관해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11일) 때 최종 합의를 발표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중국과의 FTA에 대해선 “그렇게 쉬운 문제는 아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 문제와 관련해 “결코 불필요하게 북한을 자극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목표는 단지 자극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 중대하고 실질적인 변화를 달성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일부 국가들에선 남한과 북한을 혼동한다’는 질문에 “개인적으로 남한이 ‘코리아(Korea)’고, 북한은 ‘노스 코리아(North Korea)’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글=남궁욱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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