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웅산 수치, 가택연금 13일 풀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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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웅산 수치, 탄 슈웨 의장(왼쪽부터)

‘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꽃’ 아웅산 수치(65). 1989년 이래 15번째 가택연금 된 수치가 13일 감금 생활에서 벗어나 자유의 몸으로 미얀마 국민에게 돌아온다. 그는 미얀마 독립운동의 영웅인 아웅산 장군의 딸로 이 나라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다.

 13일로 잡힌 수치의 연금해제 시점은 7일 열리는 총선과 깊은 관련이 있다. 군부 정권은 20년 만에 다시 실시되는 이번 총선에서 그의 출마를 막기 위해 연금해제 시점을 선거 뒤로 잡았다. 아울러 선거운동 기간 내내 수치의 발을 묶어 놓음으로써 군부가 조종하는 정당이 표를 싹쓸이하도록 기획한 것이다.

 이 때문에 수치가 이끌었던 민족민주동맹(NLD)은 이번 총선을 거부하면서 정당 등록 마감 시한을 넘겨 지난 5월 해체됐다. 수치는 유권자들에게 투표를 거부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미얀마 군부는 90년 총선에서 NLD가 전체 의석의 81%인 392석을 휩쓸었지만 민정이양 약속을 뒤집고 권력을 넘겨주지 않았다. 이로 인해 ‘의회 내에 민주 세력의 교두보를 확보해야 한다’는 현실 참여의 목소리 못지않게 이번 총선은 군정을 합리화하는 수단인 만큼 거부해야 한다는 반론도 팽배하다. 더구나 이번 총선은 해외 언론의 취재가 차단돼 대규모 부정선거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고권력자 탄 슈웨, 대통령 나서나=이번 총선에서는 상·하원 및 지방의회 의원 1160여 명이 선출된다. 선거는 군부 측 여권의 압승이 예상된다. 의석의 25%를 군부 몫으로 미리 할당했을 뿐 아니라 군부 정당인 연방단결발전당(USDP) 후보들은 1150개가 넘는 지역에 출마한 반면 주요 야당들은 160여 지역에서만 후보를 낸 탓이다. 군소정당 난립 방지 명분으로 후보자 1명당 미얀마 근로자 1년치 평균 수입에 해당하는 500달러씩을 기탁금으로 내도록 의무화해 재정난이 심한 야권에서는 당선 유력 지역에서만 후보를 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처럼 여당의 승리가 예상되는 터여서 총선 이후 최고 권력기구인 국가평화발전평의회(SPDC)의 탄 슈웨 의장의 거취가 관심을 끌고 있다. 2008년 개정헌법에 따르면 의원이 아니더라도 상·하원 의결로 대통령에 선출될 수 있기 때문에 언론에서는 그의 대통령 출마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관제·부정선거 기승=투표율 못지않게 야권의 선전 여부도 관심사다. NLD에서 갈라져 나온 ‘민주국민의 힘(NDF)’이 올 초 창당해 163명을 출마시켰다. 62~88년 미얀마를 철권통치했던 네윈 군부정권의 지지 세력인 국민통일당(NUP)도 999명의 후보들을 내세웠다. 더불어 부정·관제선거 우려도 증폭되고 있다. NUP는 미얀마 남부 선거구 여러 곳에서 USDP가 불법으로 부재자 표를 쓸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콩=정용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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