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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선 의원 영장 기각에 속타는 검찰 특수2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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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법원이 검찰의 수사에 잇따라 제동을 걸고 있다. 특히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남기춘)에 집중되고 있다.

법원은 특수2부에서 수사한 불량 고춧가루 유통, 강동 시영아파트 재건축조합 비리 사건에 이어 열린우리당 김희선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법원의 영장 기각 탓에 증거인멸.이해 관계자들의 입맞추기 등으로 인해 수사가 엉망이 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지난 15일 2002년 서울 동대문구청장 후보 경선에 나선 송모(60)씨에게서 2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김 의원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2001년 8월 김 의원이 송씨에게서 빌린 뒤 갚지 않은 1억원에 대해선 정치자금법상 시효(3년)가 지나버려 시효 5년의 배임수재죄를 이례적으로 적용했다. 그만큼 구속수사의 의지가 강했다.

검찰은 "자신의 임무와 관련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경우(형법 제357조 배임수재죄)에 해당한다"고 자신했다.

법원의 해석은 달랐다. 서울중앙지법 김재협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김 의원이 지구당위원장으로서 임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았다는 소명이 부족하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도 덧붙였다.

검찰은 당황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들은 "청탁 없이 억대의 돈이 오갈 수 있느냐"면서 "법원은 돈 받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면죄부를 줬다"고 지적했다.

특수2부와 법원의 악연은 지난해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타르 등 이물질을 섞어 10억원대의 고춧가루를 유통시킨 업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법원은 "타르의 위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기각했다. 풀려난 업자는 증거 장부를 모두 소각한 뒤 타고 남은 재를 검찰에 제출하는 해프닝까지 있었다.

지난해 말에는 서울 강동시영아파트 재건축 사업을 둘러싸고 철거업자에게서 뇌물을 받은 재건축조합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세 번 청구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돈을 준 철거업자는 구속되고, 돈을 받은 조합장은 "돈 받은 사실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풀려나는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법원과 특수2부는 또 한 차례 마찰을 빚었다. 당시 남기춘 특수2부장은 "재판부에 수사기록과 증거를 사전에 제출하지 않고 법정에서 피고인 신문 등을 통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밝혔다. 수사기밀 누출을 막고 공판중심주의 원칙에 따르겠다며 반발한 것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김 의원의 영장 기각은 법원과 줄곧 충돌해온 남 부장에게 미운털이 박힌 결과"라고 꼬집었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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