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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684부대' 35년 만에 국정원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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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축구의 684부대' 양지(陽地)축구단 출신들이 1970년 해체된 지 35년 만에 옛 팀을 찾는다. 67년 "북괴를 꺾어라"는 김형욱 중앙정보부장의 명령 한마디에 중앙정보부 산하에 창단한 당대 최강팀 양지.

▶ 1967년 가을 서울 이문동 중앙정보부 운동장에서 기념촬영을 한 양지축구단 선수들. 21일 경기에서 이들은 당시와 똑같은 흰색 유니폼을 입고 뛴다. [축구자료 수집가 이재형씨 제공]

한국 축구를 주름잡던 이들이 국정원 직원들로 구성된 후배 축구팀 '구룡회'와 친선경기를 열기로 한 것이다.

이들은 21일 국정원 청사에서 구룡회 멤버들과 친선경기를 한 뒤 선후배 선수가 섞여 또 한 게임을 할 예정이다.

이날 경기에는 당시 주장이었던 허윤정(68)씨를 비롯, 이회택(대한축구협회 부회장), 김호(전 수원 삼성 감독), 이세연(경기도 축구협회 부회장)씨 등 당대를 호령하던 철각 19명이 출전한다. 선후배의 만남은 조정수 대한축구협회 상벌위원장이 중간 역할을 했다. 양지 수비수 출신으로 구룡회 선수들을 2년째 지도하고 있던 그에게 후배들이 "선배들을 뵙고 실전 기술을 전수받고 싶다"고 부탁한 것이다. 구룡회는 매년 열리는 중앙부처 공무원 축구대회에 출전한다.

혈기방장한 청년들이 초로의 신사가 되는 동안 양지팀의 모체는 중정에서 안기부를 거쳐 국정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청사도 서울 이문동에서 내곡동으로 옮겼다. 그렇지만 '철저한 보안'만큼은 여전하다. 양지 시절 외출 때마다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당했던 이들은 오는 21일의 방문을 앞두고 엄격한 신원조회를 받았다. 당일 청사 내에서는 카메라와 휴대전화 사용이 일절 금지된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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