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열 하나은행장 내정자… "이통사와 손잡고 카드사 설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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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하나은행이 자산운용 사업에 공격적으로 나선다. 또 국내의 이동통신회사와 손잡고 신용카드사를 설립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하나은행은 외환은행 인수전에도 나설 뜻을 내비쳤다.

하나은행의 차기 행장으로 내정된 김종열(사진) 부행장은 14일 서울 을지로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이런'경영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는 "은행끼리 경쟁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이젠 금융 네트워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며 2006년까진 지주회사를 통한 영업망 확충에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부행장은 이를 위한 첫 단추가 대한투자증권 인수라고 말했다. 대투증권의 영업망을 활용해 2~3년 안에 자산운용 시장에서 발을 크게 넓히겠다는 것이다. 그는 "예금보험공사와의 매각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며 "이달에 양해각서(MOU)를 교환하고 다음 달에 본계약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현재 카드사업 부문의 실질적인 고객이 125만 명에 그쳐 지주회사 체제로 갈 때 큰 약점"이라며 이 부문도 집중적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올 2분기 중에 대형 이통사 한 곳과 제휴를 해 통신과 금융이 결합한 새로운 사업 모델을 선보인 뒤 합작사를 만드는 방안까지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LG카드 인수와 관련해선 "관심은 있지만 4조원대에 이르는 가격이 너무 비싸다"며 "지금으로선 이통사와의 합작이 훨씬 더 낫다"고 말했다.

김 부행장은 "지주회사의 성장에 필요하면 인수합병(M&A)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며 외환 거래에 능통하고 해외 지점이 많은 외환은행 인수에도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단독으로 외환은행을 인수하기는 힘든 만큼 외국계 투자자와의 제휴를 통해 인수에 나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 부행장은 "주채권 은행으로서 SK네트웍스만 보면 경영이 거의 정상화됐지만 SK그룹이 사회적 책임을 다했다는 공감대가 생긴 뒤에나 채권단 공동 관리에서 졸업할 것"이라며 "SK생명.워커힐호텔 등의 매각은 계획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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