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이연경 ‘나이 한번 뛰어넘어 볼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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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이연경이 광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100m 허들에서 금메달에 도전한다. 올 시즌 개인 최고기록은 아시아 정상이다. 사진은 지난달 전국체전에서 역주하고 있는 이연경. [중앙포토]

“꼭 금메달을 따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여자라서 안 된다. 나이가 많아서 안 된다’ 이런 편견을 깨고 싶어요. 요즘은 뛰는 것이 즐거워요. 부담? 그런 것을 별로 안 느껴요. 광저우 아시안게임의 목표는 나의 최고 기록을 깨는 거예요. 그러면 금메달도 따라오겠죠.”

 광저우 아시안게임 육상 대표팀 발대식이 열린 지난달 31일 태릉선수촌 내 체육과학연구원. 60여 명의 대표팀 관계자가 모인 가운데 여자 100m 허들의 이연경(29·안양시청)은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우리 나이로 서른인 이연경은 육상 대표팀에서 20대 젊은 선수들을 제치고 가장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히고 있다. 

◆금메달을 넘어 12초대를 향해=이연경은 올해 페이스가 너무 좋다. 지난 5월 전국종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13초03을 기록, 4년 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자신이 세운 13초23의 한국기록을 단숨에 0.2초 단축시켰다. 그리고 6월 전국육상선수권대회에서는 13초00으로 또 한번 한국기록을 경신했다. 13초00은 올해 아시아 선수가 작성한 기록 중 가장 빠르다. 2위 데라다 아스카(일본)보다 0.10초 빠르고 팀 후배인 정혜림(23·구미시청)보다는 0.13초 앞선다.

 이연경은 “금메달보다는 12초대 진입이 목표다. 그래서 올림픽 A 기준 기록(12초96)을 넘고 싶다. 12초대를 뛰면 금메달이 유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연경은 올림픽 B 기준 기록(13초11)을 통과해 2011년 대구에서 열리는 세계육상선수권 출전권을 확보했다. 이어 라이벌을 묻는 질문에 당차게 말했다. “경쟁자는 생각 안 한다. 내가 시즌 랭킹 1위라 모두 나를 목표로 뛸 것이다. 나는 현재의 나 자신보다 더 잘 하려는 생각뿐이다.” 

◆서른, 잔치는 시작이다=금메달 부담은 없을까. 이연경은 “부담, 스트레스보다는 많이 주목받을 기회로 생각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예전에는 경기를 앞두고 못 뛰면 어쩌나, 기록이 어떻게 나올까, 생각이 많았다”며 “그런데 어느 순간 즐기게 됐다. 즐기면서 뛰니까 기록이 빨라졌다. 뛰는 게 재미있어졌다. 지금은 여자로서, 서른 나이에도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주위의 편견을 깨고 싶다”고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쏟아냈다.

 지난해 5월 육상연맹이 초청한 티바소브 세르게이(러시아) 코치로부터 지도를 받으며 기술적인 부분이 많이 좋아졌다. 이연경은 “도약 후 연결동작을 보완해야 한다. 매끄럽게 허들을 넘고 강하게 뛰어야 한다”고 부족한 점을 말했다.

 무엇보다 남자 친구인 남자 110m 허들 국가대표 이정준(26)의 응원도 큰 힘이 된다. 이연경은 “남자 친구가 미국·자메이카·일본 등 외국을 많이 다녔다. ‘외국에는 뛰어난 기록을 내는 30대 선수들이 많다’ ‘너도 할 수 있다’는 등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4년 전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을 때, 이연경은 한국기록으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리고 4년이 흘러 서른 나이에 금메달로 메달 색깔을 바꾸려고 한다.

한용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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