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센카쿠 문제 관여하겠다” … 양제츠 “말조심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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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오른쪽)과 양제츠(楊潔篪)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달30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회담을 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하노이 AP=뉴시스]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갈등이 중국과 미국의 대립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중 간 갈등은 지난달 28일 미 하와이에서 열린 미·일 외교장관 회담이 촉발했다.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일 외상을 만나 “우리는 일본 국민을 보호하는 의무를 중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9월 초 센카쿠 열도에서 발생한 일본 순시선과 중국 어선의 충돌 사건 이후 9월 23일 뉴욕에서 클린턴 장관이 마에하라 외상에게 “(센카쿠 열도는) 미국의 일본 방위 의무를 규정한 미·일 안보조약 제5조의 적용 대상”이라고 했던 발언을 재확인한 것이다.

 중국은 클린턴 장관의 28일 발언에 격분했고 일본의 부적절한 행위를 이유로 다음 날인 29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예정됐던 중·일 정상회담을 취소해 버렸다.

 당일 중국 외교부는 격한 비난을 쏟아냈다. 마자오쉬(馬朝旭) 대변인은 외교부 홈페이지에 올린 논평에서 “중국은 클린턴 장관의 (댜오위다오 관련) 발언에 강한 불만을 표시한다”며 “댜오위다오는 예부터 중국의 고유한 영토이고 논쟁의 여지 없이 주권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미·일 안보조약은 냉전시대의 산물로서 미·일 쌍방의 조약이 중국을 포함한 제3국의 이익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며 “중국 정부와 인민은 결단코 댜오위다오를 이 조약의 범위에 포함시키는 발언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중국의 거센 불만을 감지한 미국은 중재자를 자처하고 나섰다. 클린턴 장관은 지난달 30일 하노이에서 열린 양제츠(楊潔篪) 외교부장과의 회담에서 센카쿠 문제로 인한 중·일 갈등을 풀기 위해 ‘미·중·일 3개국 외교장관 회의’를 전격 제의했다. 이 제안에 대해 일본은 즉각 환영했으나 중국은 침묵했다. 회담 카드를 꺼내면서도 클린턴 장관은 “(양 부장에게 센카쿠 열도가) 미·일 방위조약에 명기된 미국의 방위의무의 일부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클린턴 장관은 동중국해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중국을 겨냥해 “항해와 상업활동의 자유는 미국의 국익”이라며 “해양 분쟁은 국제 관습법에 따라 평화적으로 해결되도록 관여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양 부장은 “이런 고도의 민감한 문제에 대한 (클린턴 장관은) 언행을 조심하고 중국의 주권과 영토를 존중해야 한다”며 “오해가 될 수 있는 언론 발표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발끈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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