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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산책] 세계Jr피겨선수권 은메달 김연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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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 막내인 연아에게는 동생이 둘 있다. 애완견 토토와 하늘. 둘 중에 늘 연아를 졸졸 따르는 토토가 더 예쁘다. 놀이터에 나온 연아가 토토를 안아주고 있다. 군포=김성룡 기자

'피겨 요정' 김연아(15.부천 도장중).

4일 캐나다 키치너에서 열린 세계주니어피겨선수권에서 은메달을 획득, 한국 선수로는 첫 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대한빙상연맹은 '한국에 피겨 스케이트가 도입된 지 111년 만의 쾌거'라고 흥분했다. 서울 태릉빙상장에서 9일 그를 만나 함께 점심을 먹고 경기 군포시 산본의 집까지 동행했다.

#우스펜스키

연아의 꿈은 2010년 밴쿠버 겨울 올림픽 금메달이다. 2006년 토리노 올림픽에도 도전하고 싶지만 아쉽게도 출전하지 못한다. 1990년 9월생인 연아는 '올림픽 전년도 7월 1일까지 만 15세가 넘어야 출전할 수 있다'는 국제빙상연맹(ISU) 규정에 걸리기 때문이다. 은퇴한 뒤에는 코치나 안무가가 되고 싶다. 엄마 역시 연아와 같은 생각이다. 기회가 된다면 연아가 연예인이 돼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여기까지는 두 사람 뜻이 잘 통한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연아 마음 속에 멋진 남자가 자리 잡았다. 알렉산드르 우스펜스키(17.러시아). 지난해 연아가 우승한 주니어그랑프리 2차 대회 남자싱글 우승자다. 연아가 말했다. "우스펜스키하고 페어 하고 싶은데…." 엄마는 화들짝 놀란다. "절대 안 돼. 연아는 싱글로 성공해야 돼." 사춘기에 접어든 연아가 '필'이 꽂힌 모양이다. 옆에 있던 연아의 개인코치 지현정(33)씨가 거든다. "우스펜스키, 인기 정말 좋아요. 일본선수들은 걔 앞에 줄을 서요." 연아가 전에 좋아했던 탤런트 지성도, 가수 휘성도 우스펜스키에게 밀렸다.

#연습벌레

연아는 계절 변화를 모른다. 1년 내내 빙판에서 살기 때문이다. 시즌과 비시즌만 있다. 대회가 열리는 9월~이듬해 3월이 시즌. 4~8월은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비시즌이다. 세계주니어선수권을 끝으로 2004~2005 시즌이 끝났다. 시즌 중 일과는 그때그때 다르지만 비시즌에는 늘 같다. 훈련의 반복. 오전 8시에 일어나 태릉빙상장에 간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훈련. 늦은 점심을 먹고, 오후 8시까지 휴식과 공부. 저녁을 먹고 이번에는 과천빙상장으로 간다.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1시까지 또 훈련이다. 잠자리에 드는 시간은 오전 2시. 친구와 한창 어울려 놀아야 할 나이에 가혹한 일과다. 하지만 연아 생각은 그렇지 않다. "낮이나 밤 훈련 중에 하나만 하면요, 그냥 선수는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세계적인 선수는 못 된대요." 연습벌레 연아다.

#쇼핑과 노래방

연아는 중학교 1학년이던 2003년 종합선수권 시니어부에서 쟁쟁한 시니어 선배들을 물리치고 처음 우승했다. 곧바로 국가대표에 선발되면서 강행군이 시작됐다. 그전까지 오전에는 학교 수업도 받았고, 친구와 어울려 놀았다. 하지만 이젠 어림없다. 친구와 수다라도 떨어야 스트레스를 풀 텐데. 게다가 연아는 먹고 싶은 것도 참아야 할 때가 많다. 체중이 늘면 점프를 못하고, 그것은 치명적이다. 이것 역시 스트레스다. 하지만 연아 나름의 해소법이 있다. 외국에 나가면 쇼핑, 한국에서는 노래방이다. 쇼핑이래야 용돈이 뻔해 티셔츠 몇 장 사는 수준이긴 하지만. 노래방은 엄마가 주는 선물이다. 국제대회가 끝나고 귀국하면 친구들과 노래방에 간다. 목청껏 보아의 노래를 부르고 나면 스트레스 끝이다. 이번에도 귀국하며 연아는 엄마에게 살짝 말했다. "엄마, 이번에도 노래방-. 알았지?"

#가족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하루종일 엄마와 붙어사는 연아다. 엄마는 연아의 매니저이자 운전사다. 9년간 뒷바라지로 엄마 역시 피겨 스케이트 '박사'다. 연기를 보면 어떤 기술인지, 몇 점짜리인지, 어떤 실수를 했는지 정확히 짚어낸다. 국제대회는 경비가 많이 들어 좀처럼 동행하지 못하지만 인터넷으로 모니터한다. 국제빙상연맹 홈페이지에서 스코어만 봐도 "연아가 어떤 실수를 했을지 짐작이 간다"는 엄마다. 엄마 마음 속엔 다른 가족에 대한 미안함이 있다. "큰애가 많이 희생했어요. 초등학교 때는 물론 고3 때도 연아 때문에 거의 신경 못 썼는데. 그래도 혼자 공부해서 대학 갔어요. 대견해요." 아빠 역시 연아에게 엄마를 뺏긴 지 9년째다. 연아의 성공 뒤엔 그렇게 가족의 희생이 있었다.

#트리플 악셀

연아를 세계 정상에 올려놓은 비장의 무기는 트리플 점프다. 연아는 피겨 스케이팅의 6가지 트리플 점프 중 5가지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뛰어난 점프력 덕분이다. 2005~2006 시즌을 위해 연아는 트리플 점프 중 가장 어려운 '트리플 악셀(공중 3.5회전)'을 준비하고 있다. 실전에서는 아직 해본 적이 없고, 몸에 줄을 맨 채 연습 중이다. 지 코치는 "고난도 연기는 모험이다. 성공하면 높은 점수를 받지만 실패하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국제대회에서 트리플 악셀을 연기하는 선수는 시니어를 합쳐 대여섯 명도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연아는 트리플 악셀을 가지고 내년 시즌에는 아사다 마오(14.일본)를 꺾겠다는 각오다. 아사다는 지난해 주니어그랑프리와 이번 세계주니어선수권 우승자다. 연아는 그 다음 목표도 세웠다. 여자선수 중에는 전례가 없다는 쿼드러플 점프, 바로 공중 4회전이다.

글=장혜수 기자<hschang@joongang.co.kr>
군포=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 김연아는

▶출생=1990년 9월 5일 경기도 부천

▶신체조건=1m57㎝.40㎏.발 크기 230㎜

▶학교=군포 신흥초-부천 도장중(3학년)

▶가족=부 김현석(49).모 박미희(47)의 2녀 중 둘째

▶세계랭킹=35위

▶입상경력=2002년 트리글라브 트로피대회 1위, 2003년 골든베어대회 1위, 2004년 주니어그랑프리 2차 대회 1위, 파이널대회 2위, 2005년 세계주니어선수권 2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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