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지하철 타고 가는 해외여행, 아이들 체험 학습장으로 최고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90호 20면

일본문화원 3층의 음악정보센터. 일본의 최신 음악 CD와 음악 잡지를 볼 수 있다. 오후 3시 같은 층 뉴센츄리홀에선 일본 영화가 상영된다. 신동연 기자

10월의 마지막 주, 서울 도심에 위치한 각국의 문화원을 찾아다녔다. 대부분 교통도 편리하고 둘러볼 만한 명소들도 끼고 있었다. 건물의 외양부터 출입구, 공간의 배치, 실내 인테리어, 벽지 한 장까지 나라별 특징이 가득 담겼다. 언제부터인가 방학 때면 초등학생 아이들로 외국 문화원은 붐빈다고 한다. 자녀들의 체험학습 공간으로도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문화원에 들어서면서 느껴지는 이국의 향취는 진했다. 일상에 지친 어른들의 경우 문화원 공간에 한두 시간 앉아 책을 뒤적이는 것만으로도 일탈의 자유 속으로 빠질 수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문화원 행사를 꼼꼼히 챙겨보면 풍성한 문화 생활과 함께 지적 자극의 희열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외국문화원 100배 활용법

프랑스문화원
서울 숭례문 인근 우리빌딩. 엘리베이터를 타고 18층에 내리면 은빛 원통형 통로가 방문객을 맞는다. 내부 인테리어는 프랑스 건축가의 설계로 장식됐다. 노란색 고양이 캐릭터가 깜찍하다. 미디어 전시실 한쪽 어린이 전용 공간에선 평일인데도 초등학교 6학년 남학생 둘이 자료를 꼼꼼히 보고 있다. “개교 기념일인데, 나라 알아보기 숙제를 하러 왔다”고 한다. 전시실 맞은편엔 하늘정원을 끼고 있는 프랑스 레스토랑 ‘카페 데자르’가 있다. 미디어 전시실 담당 한국녀씨는 “프랑스 도서, 잡지 등 장서 1만여 권, 샹송 등 음악 CD 1600개가 구비돼 있다”고 했다. 장서 가운데는 한국에서 번역된 프랑스 작가의 책 말고도, 황석영·은희경씨 등 국내 작가들의 불어 번역본도 있다. 여행 정보와 루브르 박물관 등을 담은 DVD도 볼 수 있다. 연회비 6만원을 내면 책과 CD 등 4개 종류를 2주간 빌려볼 수 있다.

매주 독서 클럽, 동화읽기 모임, 청소년 불어 강좌(9개월~16세) 등이 다양하게 열린다. 유학안내 데스크에선 프랑스 유학을 계획하는 학생들의 상담을 받고 있다. 프랑스 영화는 사간동에서 이사온 이후로는 대학로 동숭아트 센터에서 상영한다. 매주 화요일 오후 8시20분.데자르의 코스 요리는 2만원대로 저렴한 편인데 점심 식사만 가능하다. 오후 시간에는 크레이프, 와인, 커피 등 음료를 즐길 수 있다.

독일문화원(괴테 인스티튜트)
남산 기슭에 있는 문화원 건물이 개축공사에 들어가면서 지난 6월 서울역 맞은편 서울스퀘어 5층으로 이사 왔다. 1만여 권의 장서를 갖춘 도서관에는 독일어 서적과 한국어 번역서, 독일 일간지, 전문 잡지, 어린이 그림책 등을 볼 수 있다. 격주 금요일 오후 7시엔 독일 영화도 상영한다. 독일어 강좌의 경우 초급~고급반까지 30여 개 클래스가 운영된다.도서관에 앉으면 힐튼 호텔의 잘 꾸민 정원이 유리창을 통해 한눈에 들어온다. 단풍이 한창이다. 정원으로 연결된 구름다리가 있어 가벼운 산책도 가능하다. 휴게실에선 간단한 스낵에 커피를 한잔 곁들일 수 있다.

서울스퀘어 건물 곳곳을 감상하는 것도 덤이다. 지하 선큰가든에서는 조각적 회화기법의 창시자인 데이비드 걸스타인의 작품과 사진 작가 배병우씨의 소나무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옛 대우빌딩을 리노베이션한 서울스퀘어 빌딩은 건물 전면에 가로, 세로 100m 크기의 초대형 LED 캔버스를 설치하고 해가 진 뒤 디지털 아트 쇼를 한다. 챙겨보는 것도 좋겠다.

영국문화원
‘해머링 맨’이라는 거대한 조형물이 눈길을 끄는 신문로 1가 흥국생명 빌딩 4층에 위치한 영국문화원은 영국식 정통 영어를 배우려는 이들이 몰려 늘 북적인다. 유리로 된 강의 부스가 쭉 이어져, 마치 전문 어학원 같은 분위기다. 아래층으로 연결된 계단을 내려가면 영국의 신문, 잡지 등을 갖춘 열람실이 있다. 서울 역사박물관과 경희궁 일대가 앞마당처럼 창밖으로 펼쳐져 있다. 옥스퍼드 출판사가 펴낸 단계별 리딩북 시리즈, 소설, 영어교재 등을 읽을 수 있다. 누구나 열람할 수 있지만 대출은 어학원 수강생만 가능하다. 어학 프로그램이 궁금하면 등록 전 무료 맛보기 강좌를 운영하기도 하는데 미리 인터넷으로 예약을 받아 수업방식, 구성, 내용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중국문화원
중구 내자동 서울지방경찰청 옆에 있다. ‘내자동’이란 이름이 생소해 택시를 탔는데, 마침 운전 기사가 “중국문화원에서 중국어를 배워 어딘지 잘 안다”고 했다. “중국에서 4년간 일하고 온 뒤 일이 없을 때 그곳에 다녔다”며 “중국인 강사들이 한국말도 너무 잘하더라”고 했다. 오후 12시20분. ‘중국 문화 중심’이라고 한자로 쓴 중국문화원에 도착해 보니 철문이 잠겨 있다. 낮 12시부터 1시간30분 동안 점심 시간이다. 지하 1층 다목적홀에선 공연, 강연회, 심포지엄 등이 열리는데 매주 금요일 오후 2시에는 중국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2층 전시실에서는 ‘건국 기념사진전-상하이의 약속’이 열리고 있고 11월 17일부터는 창화 예술전이 열린다. 창화는 중국의 창유리 장식을 일컫는다.

다른 문화원과 달리 중국문화원의 어학강좌는 태극권 강좌(매주 토요일)와 함께 무료다. 입문 중국어(화·목 오후 1시40분~3시30분), 생활중국어(수 오후 3시40분~오후 5시30분, 금 오전 9시40분~11시30분), 중급 중국어(수·토 오전 9시40분~11시30분), 고급중국어(화·목 오전 9시40분~11시30분, 토 오후 1시40분~5시30분) 등 강좌도 다양하다.

4층 열람실 앞 사물함에 가방을 보관하고 들어가면 인터넷, 책, 잡지 등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문화원 인근에 볼거리도 많다. 내자동은 조선시대 궁내에 미곡, 술, 과일을 공급하던 관아였던 내자사(內資寺)가 있던 데서 유래된 지명으로 문화원 앞 도로를 따라 조금만 올라가면 사직단이 보인다. 사직단 뒤편 공원길을 따라가면 황학정(黃鶴亭)이라는 조선시대 최후의 활쏘기 연습장을 만날 수 있다. 허리에 색색의 띠를 두르고 145m떨어진 과녁을 향해 활시위를 당기는 궁사들의 모습이 볼 만하다. 뒤편 인왕산 등산로를 조금만 올라가도 청와대와 서울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일본문화원
지하철 3호선 안국역 4번 출구로 나가면 코앞에 버티고 서 있다. 문화원 입구 금속탐지기 같은 것을 통과해야 하고 제복 입은 경비원이 서 있는 게 특징이지만 나머지는 다른 문화원과 마찬가지로 평화롭고 한가한 분위기다. 일본정보광장에서는 웬만한 도서관과 비슷한 규모의 일본 서적, 잡지 등을 볼 수 있다. 장서가 6만여 권이라고 한다. 최신 음악과 영상을 CD와 DVD로 감상할 수 있는 뮤직 앤 매거진 코너, 인터넷과 비디오로 일본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오디오 비주얼 룸 등이 있다.

2층 실크 갤러리에서는 일본의 세시 풍속전, 현대 디자인 100선 전, 현대 일본 공예 전 등 연중 크고 작은 문화 전시가 잇따라 열린다. 3층 음악정보센터에서는 꾸준히 업데이트되는 일본 팝 CD와 음악 잡지를 볼 수 있다. 오후 3시엔 3층 뉴센츄리홀에서 일본 영화를 상영한다. 지난주 방문했을 땐 ‘남극의 쉐프’란 영화가 상영되고 있었다. 한국어 자막도 붙어 있었는데, 여기저기서 깔깔대는 소리가 들렸다. 문화원 관계자는 흑백영화부터 최신 영화에까지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한 달에 서너 편씩 무료 상영한다고 한다.문화원을 둘러본 뒤 아래로 조금만 내려가면 운현궁이 나온다. 길을 건너 헌법재판소 길을 따라 올라가면 요즘 한창 뜨는 북촌 한옥마을의 멋스러운 풍경을 즐길 수 있다.

미국 자료정보센터
용산구 남영동 해태제과 본사 근처에 있다. 한국에서 미국에 대한 정보와 자료를 가장 먼저 접할 수 있는 곳으로 120여 종의 미국 정부 발간물과 미국 관련 참고 도서 3600여 권, 1100개의 DVD, 어린이책 500여 권을 구비하고 있다. 어학원을 운영하지 않고 있어 영국문화원의 북적이는 분위기와는 차이가 난다. 주한 미대사관에 근무하는 외교관들과 청소년 대화 프로그램인 ‘청소년 포럼’ 등을 운영한다. 지난해 145개 행사에 1만7000여 명이 참가했다고 한다. 센터의 운영시간은 짧다. 월요일에서 금요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다. 주한미국대사관 홈페이지에서 자료정보센터를 클릭해야 정보가 보인다.

터키 이스탄불 문화원
정부 간 외교문서를 통해 등록된 문화원은 아니다. 민간 기업 후원으로 세워진 곳이다. 지하철 2호선 역삼역 뒤 주택가에 있다. 문화원 계단을 올라 벨을 누르니 후세인 원장이 직접 문을 열어준다. “메르하바(안녕하세요).” 지하실은 모임 공간으로 이용되고 1층엔 터키 안내 책자 등 서적류가, 2층엔 터키의 민속 의상, 도자기, 공예품이 전시돼 있다. 전시품 가운데 터키 고유의 마블링 기법으로 그린 그림들이 눈에 띄었다.

전시실에서 만난 이정훈(한국예술고 2학년)군은 “작곡을 전공하는데 중동 악기에 관심이 많아 참새가 방앗간 드나들듯 이곳을 찾는다”며 갈대로 만든 터키의 피리 ‘십시’로 연주를 해 보이기도 했다. 후세인 원장은 5년 전 대구 경북대학교 대학원으로 유학 오면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한국어 실력은 수준급.

그는 “매달 터키 홍차를 마시며 친목을 다지는 티파티도 열고 터키 요리 교실도 연다”고 했다. 터키어를 몰라도 티파티에 참여할 수 있다. 매달 말쯤에 열리는데, 인터넷 공지를 참고하거나 전화로 문의하면 된다.
이 밖에 한남동에 이탈리아문화원이 있고 민간 사설 기관으로 이스라엘문화원(서초동), 몽골 울란바토르문화원(광장동), 아제르바이잔문화원(서초동) 등이 있다. 예약을 해야 하는 곳도 있어서 사전에 전화 문의를 하고 가는 것이 좋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