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진정 … 태광 ‘내부 고발’ 봇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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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그룹의 비자금 조성 및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 서부지검은 29일 배준호(48) 한국도서보급 대표를 소환해 조사했다.

 한국도서보급은 이호진(48) 태광그룹 회장과 아들 현준(16)군이 100% 지분을 가진 비상장회사다. 흥국증권과 고려상호저축은행 등 금융 계열사의 지배회사다. 또 사행성 게임 ‘바다이야기’의 경품과 문화상품권 등을 발행하는 업체다.

 검찰은 배 대표를 상대로 도서보급이 태광그룹의 비자금 조성 창구로 활용됐는지, 상품권 발행 사업으로 자금 세탁을 했는지 등을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회장이 그룹 지배권을 강화하고 편법 증여를 위해 도서보급의 주식을 현준군에게 헐값에 넘겼는지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앞서 27일 김남태 전 도서보급 대표를 소환한 바 있다.

 검찰은 그동안 태광그룹의 계열사 대표를 차례로 소환해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조사했다. 박명석 대한화섬 대표는 두 차례 불렀다. 오용일 태광그룹 부회장, 최양전 전 태광CC 대표, 허영호 전 태광관광개발 대표 등도 잇따라 소환했다.

 검찰이 태광 본사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수사를 본격화한 지 17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비리 의혹에 대한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 검찰·금융감독원 등 담당기관에도 여러 건의 진정서가 접수됐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가 가시화된 이후로 태광 관련 제보가 많이 들어오는데 전부 수사를 할 수 없을 정도”라고 전했다.

 태광 비리 관련 자료를 처음 검찰에 제보한 서울인베스트도 여러 건의 정보를 확보하고 있다. 그룹의 전 임직원뿐만 아니라 현직에 있는 사람들이 내부 정보를 주기도 한다. 박윤배 대표는 “개인적인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람부터 검찰에 자료를 제공하겠다는 분까지 다양하다”며 “검찰에 제보를 하면 자기 신분이 드러나기 때문에 인베스트를 통해 간접적으로 제보한다”고 말했다.

 흥국생명의 해직자복직투쟁위원회(해복투)도 전직 직원들로부터 수십 건의 제보를 받았다. 해복투는 최근 이호진 회장 일가가 차명으로 보험을 계약해 수백억원의 비자금을 축적했다는 의혹, 흥국생명이 이 회장 소유의 돈을 예금증서(CD) 형태로 받아 차명보험 가입 등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정보는 모두 전 직원으로부터 전해들었다. 김득의 해복투 간사는 “객관적 자료가 있는 제보는 금감원에 진정을 넣거나 검찰 고발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해복투에서도 직접 사례를 발굴해 제보자 역할을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태광 측은 순식간에 그룹이 ‘불법비리’의 온상처럼 됐다며 당황하는 표정이다. 태광그룹의 한 관계자는 “검증 안 된 제보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으려 했지만, 더이상 이미지 실추를 막기 위해 필요할 경우 적극적으로 해명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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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선언·김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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