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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잘못되고 위험한 중국의 6·25 인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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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중국이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지난 25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이 베이징에서 열린 ‘항미원조(抗美援朝)전쟁 60주년 좌담회’에서 중국의 6·25전쟁 참전에 대해 “평화를 지키고 침략에 맞서기 위한 정의로운 전쟁’이라고 했다. 당시 그의 발언은 전쟁에 참가했던 자국의 노병들을 상대로 한 것이어서 ‘내부용’이겠거니 하고 가볍게 치부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문제의 발언을 중국 외교부가 나서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고 못 박은 것이다. 매우 그릇되고 위험한 인식이 아닐 수 없다.

 6·25전쟁이 북한의 남침에 의해 발발했다는 것은 이미 모든 역사적 증거를 통해 확립된 사실(史實)이다. 당시 미국 등 유엔 회원국 16개국은 남침을 감행한 북한을 규탄하고 평화 회복을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로 참전했다. 유엔의 참전이야말로 국제평화를 지키려는 국제사회의 정당하고도 정의로운 행동이었다. 전쟁 책임자 북한을 도와준 중국의 참전이 어떻게 정의일 수 있는가. 이를 뒤집는 것은 명백한 역사 왜곡이요, 억지다.

 중국 정부는 6·25전쟁을 유엔 회원국의 참전을 기점으로 나누어 2개의 전쟁으로 간주하는 듯하다. 소위 중국 정부의 정론이라는 것이 그렇다. 중국의 현역 군인이자 학자가 인민일보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한국의 내전으로 시작한 전쟁에 미국 등이 참전함으로써 국제전으로 변했고, ‘미 제국주의의 침략에 맞서 중국이 참전’했기 때문에 항미원조전쟁은 정의롭다는 주장이다. 불의(不義)를 도와준 자신들의 잘못을 정당화하려는 처사인지 몰라도 논리가 옹색하다. 6·25참전 사실이 켕긴다면 차라리 침묵하길 바란다.

 북한 김일성이 남침을 강행하기 전 소련의 스탈린과 중국의 마오쩌둥(毛澤東)의 승인을 받았다는 사실이 옛 문건들을 통해 속속 입증되고 있다. 오히려 중국은 ‘공범’으로서 진정 어린 사죄를 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사죄는커녕 ‘정의로운 전쟁’ 운운하는 것은 국제사회에 대한 도발이요, 대한민국에 대한 모욕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이 진정 한국과 동북아 평화 동반자이기를 바란다면 6·25에 대한 잘못된 역사 인식부터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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