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 출범 4년 <하> “특별한 섬 만들려면 제주 선거제도도 고쳐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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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해 말 총리 주재로 제주특별자치도 지원위원회를 열고 제주행 관광객에 한해 구매·이용한 물품·서비스 비용 중에서 부가세 몫(10%)을 되돌려주는 ‘부가세 환급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당시로선 관광객의 주머니를 가볍게 해줄 수 있는 획기적인 내용이었다. 제주발전연구원도 이 제도가 시행될 경우 관광소비는 연간 576억원이 증가하고, 생산유발효과 연간 808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연간 420억원, 고용유발효과 951명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이 계획은 다시 기획재정부와 논의 과정에서 “조세체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이유로 정부 내에서 재론에 들어갔고, 결국 4월 관광객들의 비용지출이 가장 많은 음식·숙박업 등은 제외하고, 특산품·기념품·렌터카 3개 업종으로만 제한하는 내용으로 제도가 조정됐다. 제주도는 물론 관광객들의 입장에서도 실망스러운 조치였다.

 ‘반쪽 부가세 환급제’란 혹평을 들었는데도 이 제도는 아직 시행되지 않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법’ 개정안의 한 부분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을 뿐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제주도가 특별자치도로서 성과를 제대로 못 내는 이유 중 하나다.

 ◆“제주 혁신 필요”=지난해 3월 정부와 제주도는 제주특별자치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제주만의 특별한 관광시책을 시행하는 것이 가능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관광진흥법·국제회의산업육성법·관광진흥개발기금법 등 ‘관광 3법’의 권한·사무를 정부에서 제주도로 넘기는 것이 개정안의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1년7개월 동안 제주도가 눈에 띌 만한 시책을 편 것은 찾기 힘들다. 제주대 양영철(행정학) 교수는 “사무·권한을 넘겨받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제주의 역량을 알아보는 시험대에 올라 있다는 사실을 제주도가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자치도가 목표로 하는 국제자유도시의 사업 집행기관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의 위상도 문제다. 2002년 5월 건교부(현 국토해양부) 산하 특수법인으로 출범한 개발센터는 일본의 오키나와와 아일랜드 등을 모델로 한 것이다. 일본은 내각부(우리의 총리실) 소속 정부기관으로 개발청을 설치, 정부출연기관으로 종합사무국을 만들어 오키나와를 지원한다. 아일랜드는 공사 형태의 산업개발청(IDA)을 설치, 외국기업 투자유치와 마케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러나 제주개발센터는 부처 산하 기관이다. 제주개발센터 관계자는 “예산 등 여러 부문에서 상전인 국토해양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예산이든 행정이든 자율권을 줘야 국제도시 제주도가 성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공직자 선출방식 바꿔야=선거로 인한 폐해가 제주특별자치도의 각종 정책 추진을 더디게 한다는 시각도 많다.

 민선 1기인 1995년부터 올해 민선 5기 선거까지 라이벌인 신구범 전 지사와 우근민 현 지사 간 갈등과 반목이 이어지고 있다. 두 사람은 다섯 번의 선거에서 세 번을 맞붙었고, 두 번은 경쟁 후보를 밀어 대리전을 치렀다. 이 과정에서 ‘궨당’(‘친척’의 제주사투리) 문화로 지칭되는 연고주의 중심의 선거문화가 공무원을 편 가르기 했다. 이 때문에 선거 때마다 ‘도민통합’이 공약으로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직자 선출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제안한다. 신라대 박재욱(정치학) 교수는 “제주도를 3개 구역으로 나눈 소선구제를 단일구역 중·대선거구제로 바꾸면 소지역주의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별자치도 출범 때 행정기구 개편에만 매달렸다. 지사와 지방의원 선출방식까지 재검토, 지역의 역량을 결집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주특별자치도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7일 제출한 ‘제2차(2012~2021년)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 중간보고서’에서 “제주특별자치도의 성격을 헌법에 명문화하는 등 위상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주=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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