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대두 / 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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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지나친 사치 풍조가 사회 문제로 대두했다.” “그의 소설이 최근 베스트셀러로 부상했다.”

 ‘대두(擡頭)’의 대(擡)는 ‘들다, 들어 올리다’를 뜻하고 두(頭)는 ‘머리’를 의미한다. 곧 ‘대두’는 머리를 쳐든다는 뜻이니, 어떤 세력이나 현상이 새롭게 나타남을 이르는 말이다. “김정일 위원장이 선물로 나눠준 승용차도 중국산 벤츠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대두하고 있다”와 같이 쓰인다.

 ‘부상(浮上)’의 부(浮)는 ‘뜨다, 떠오르다’를, 상(上)은 ‘위’를 말한다. 일차적으로는 ‘물 위로 떠오름’을 가리킨다. 이차적으로는 ‘어떤 현상이 관심의 대상이 되거나 어떤 사람이 훨씬 좋은 위치로 올라서는 것’을 이른다. “그는 차기 대선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처럼 사용된다.

 “람 이매뉴얼 미국 백악관 비서실장의 시카고 시장 출마설이 부상하고 있다.” 이 문장을 살펴보자. 이매뉴얼 비서실장이 ‘시카고 시장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로 썼으면 딱 좋은데 ‘시장 출마설이 부상하고 있다’여서 뭔가 어색하다. ‘출마설’이라면 그냥 순우리말로 ‘나오고 있다’로 하는 것이 제일 좋다.

 ‘대두하다’는 문맥에 따라 ‘나타나다’ ‘나오다’로, ‘부상하다’는 ‘떠오르다’로 쓰는 것이 낫다.

최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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