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용 "인사수석 시절 일들 적어놓고 있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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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도 맛있고 밥도 맛있는 걸 봉께 (건강이) 크게 고장난 것 같지는 않고… '보링'삼아 단식원에서 한 열흘쯤 쉬다 올랍니다." 참여정부 출범 초부터 지난 1월까지 23개월간 공직자 인사 추천을 전담한 정찬용(사진) 전 청와대 인사수석. 그는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로 자신의 근황을 소개했다.

공직에서 물러난 뒤 곧바로 아내가 있는 고향 전남 담양으로 내려간 그는 요즘 인사수석 시절의 일들을 기록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나중에 출판을 하든, 하지 않든 간에 우선 기억이 멀어지기 전에 그동안 했던 일들을 적어둬야겠다고 생각했다"며 "4월 중순이면 마무리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거취 문제는 적지 않은 사람들의 관심이다. '이기준 파문'으로 물러나긴 했지만 명백한 과실로 보기 힘든 만큼 배려가 있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이에 대해 그는 "대통령의 인사권을 보좌하며 인사수석을 한 사람인데 (내가) 고생했다고 해서 다른 자리로 옮겨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을 잘랐다. 지난달 노무현 대통령과 식사를 같이한 자리에서도 그는 "그 사람이 꼭 해야 하는 그런 자리라면 몰라도 장관이나 정무직을 지낸 사람이라고 해서, 또 같이 고생했다고 해서 자리(공직)를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저도 그런 경우에 해당하니 배려하실 생각은 하지 마시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평생을 몸담아온 YMCA로 복귀하는 방안을 생각하는 것 같다. "NGO 활동을 한 사람이 정부에서 2년 정도 일하다 다시 NGO로 가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라면서 "그러나 내 나이가 내일 모레면 환갑인데 오전 9시에 출근해 출석부 체크하는 실무자로는 못 가는 것 아니냐. 위원이나 이사같이 자원봉사하는 자리가 있다면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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