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또 지역당 만들겠다는 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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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심대평 충남지사와 염홍철 대전시장이 각각 자민련과 한나라당을 탈당했다. 두 사람 모두 "행정수도 건설에 전념하기 위해서 탈당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탈당 목적이 정말 그렇다고 믿을 사람이 없듯이 벌써 석연찮은 얘기들이 나돌고 있다.

우선 '중부권 신당설'에 대해 명쾌한 해명이 있어야 한다. 심 지사는 "당장 신당을 창당할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면서도 "행정수도 건설을 위해 지역의 결속력을 갖춘 결사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부권 신당을 기대하는 여론이 있다"는 말도 했다. 말을 '중부권 신당'이니 '결사체'니 에둘러 해서 그렇지 충청도 지역당을 만들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기존의 자민련과 무엇이 다른지 의문이다. 당의 간판이 김종필씨냐 심대평씨냐 하는 차이뿐이라면 그런 신당을 굳이 만들 이유가 없다. 특정지역의 이익만을 위해 만든 정당은 아무리 잘 포장한다 해도 지역당에 불과하다.

헌법에는 정당을 만들 자유가 보장돼 있다. 지역당을 만든다고 법으로 제재할 수도 없다. 그러나 현재의 정당구도하에서 지역당 창당은 재고돼야 한다. 제1당인 열린우리당은 영남에서, 제2당인 한나라당은 호남에서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지역구도를 극복하는 것이 정치적.사회적 절체절명의 과제인 상황에서 또 하나의 지역정당을 만드는 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일이다.

염 시장이 대전 시민을 팔며 한 발언도 액면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열린우리당에 들어가거나 심 지사와 합류하려는 목적은 뻔하다. 자신의 정치적 장래를 위해 당을 옮기려 하면서 '철새'란 말을 듣지 않기 위해 행정수도 건설과 시민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는 것 아닌가. 한나라당은 바로 염 시장 같은 사람을 의식하여 내분을 무릅쓰고 행정도시특별법을 통과시킨 듯한데 통과되자마자 탈당하니 정치란 이런 것인가 씁쓸하다.

벌써 신당 창당이니 탈당이니 이합집산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대선까지 3년이라는 기간이 남았는데 이런 놀음으로 나날을 허비한다면 일은 언제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