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m 쓰나미 마을 10곳 덮쳐 … 한곳은 200명 중 160명 실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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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서부 해안에서 25일 규모 7.7의 강진과 이에 따른 쓰나미가 발생했다. 수마트라 서부 파당의 주민들이 쓰나미 경보가 발령되자 집을 떠나 고지대로 대피하고 있다. [수마트라 AP=연합뉴스]

쓰나미가 덮치면서 최소 600여 명이 희생된 인도네시아가 다시 지진의 공포에 휩싸였다.

 25일(현지시간) 발생한 규모 7.7의 지진은 하루 만에 대규모 쓰나미를 일으켰다. 쓰나미는 수마트라섬 서쪽 멘타와이섬 주변 마을 10개를 덮쳤다. 이 가운데 베투몽가 마을은 초토화됐다고 로이터통신이 6일 인도네시아 현지인의 목격담을 인용해 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최고 높이 6m의 쓰나미가 덮치자 마을 주민 200명은 모두 바닷물에 잠겼고, 이중 160명은 쓰나미에 휩쓸려 실종됐다. 실종자 대부분은 여성들과 어린이들로 거의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마을 건물도 80%가량이 크게 파손됐다. 일부 생존자는 “쓰나미가 덮치자 어른들은 자신의 아이들을 꼭 움켜잡았으나 소용이 없었다”면서 울부짖기도 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10여 명의 호주인들을 태운 관광객 보트도 쓰나미 이후 일시적으로 통신이 두절됐다가 모두 안전하게 구조됐다고 호주 외무부가 밝혔다.

 수마트라의 휴양지인 노스 파가이의 마카로니스 서핑 리조트도 큰 피해를 입었다. 호주의 서핑단체 월드 사파리스는 이날 성명을 내고 “마카로니스는 다시 복구가 불가능할 정도로 파괴됐다”고 밝혔다. 피해 상황은 페이스북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되기도 했다. 한 구호단체가 올린 동영상에는 리조트와 배들이 부닥치면서 순식간에 불이 나는 피해상황이 생생하게 등장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쓰나미가 발생한 수마트라 섬 주변은 크고 작은 지진이 끊이지 않는 곳으로 악명이 높다. 이는 수마트라 주변이 활동이 왕성한 지각판으로 둘러싸인 ‘환태평양 조산대’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환태평양 조산대는 전 세계 지진의 90%가 발생해 ‘불의 고리’로 불린다. 실제로 2004년 12월에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에서 쓰나미가 일어나 23만 명이 사망했으며 지난해 9월에도 지진이 발생해 1200여 명이 희생됐다.

 이 지역은 유라시아판과 호주-인도판, 태평양판으로 둘러싸여 있어 이들 지각판의 충돌이 수시로 일어난다. 이번 지진도 호주-인도판이 근처에 있는 지각 아래로 밀고 들어가 일어난 것으로 지진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호주-인도판이 매년 5㎝씩 북쪽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번과 같은 대규모 지진을 일찌감치 예고해 왔다. 2005년 수마트라 지진을 정확하게 예측했던 영국 북아일랜드 얼스터대 존 머클로스키 교수 등 연구진은 여러 차례 이번과 같은 사태를 경고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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