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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동자 길러낸 33년 자랑스러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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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아이들과 함께 한 태권도 인생 30여년이 자랑스럽습니다."

33년간 서울 미동초등학교 태권도부를 이끌어 온 이규형(57) 사범이 지난달 26일 퇴임하고 이번 봄학기부터 계명대 태권도학과에 전임교수로 출강한다.

그는 태권도를 세계에 알린 독보적인 존재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비롯해 86년 아시안게임과 99년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방한 때 미동초등학교 어린이들을 이끌고 귀엽지만 박력있는 태권도 시범을 보여 외국인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스위스 로잔 국제올림픽위원회 본부 등에서 해외 공연을 수차례 펼쳐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몸이 약해 태권도를 시작한 이 사범은 72년 태권도 특기병으로 군에 복무하던 중 미동초등학교의 요청으로 당시 폐쇄 위기에 놓여있던 태권도부를 맡게 됐다. 이듬해 제대한 후 태권도 코치 겸 장학생으로 미국 워싱턴에 있는 하워드대로부터 입학 제안을 받았으나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게 좋아 학교에 계속 남았다.

그의 어린이 사랑은 남달랐다. 초창기 학교에 금전적인 여유가 없던 시절엔 사비를 털어 아이들에게 간식과 도복을 사주며 훈련시켰다. 이 때문에 어린이들의 인기를 끌어 부임 당시 12명이던 태권도부가 이듬해엔 200명으로 늘었다. 이들 가운데는 이은영 전 국가대표 태권도 선수, 탤런트 김혜수씨, 그룹 동방신기의 멤버인 믹키유천 등 유명 인사가 다수 포함돼 있다.

2002년 계명대에서 '초등학교 아동의 태권도 수련과 인성발달의 관계'란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 사범은 "태권도는 체력뿐 아니라 정신력을 기르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며 "내 제자들은 하나같이 태권도를 자신들이 이룬 성공의 밑거름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계명대에서 태권도 시범연구.태권도 기초실기 등을 가르칠 그는 "보다 체계적인 연구와 노력으로 지식과 인성을 겸비한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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