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을 이렇게 해 주소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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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안동웅부공원에 전시된 안동 만인소. 1만93명의 서명을 받아 길이만 100m에 달한다. [안동시 제공]

17만 안동시민의 염원을 담은 만인소가 25일 오후 4시 청와대 춘추관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전달된다.

 이 만인소는 지난달 경북도와 안동시가 주최한 제1회 경북도 평생학습축제 기간에 시민 1만 명의 서명으로 만들어졌다. 여기에는 ▶국가 차원에서 한자 교육을 실시해 달라▶교육도시 안동에 자율형 사립고를 만들어 달라▶2014년 이전하는 경북 신도청에 평생학습센터를 건립해 달라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만인소는 길이 100m에 폭 1.1m 규모다.

 안동만인소로 이름 붙여진 이 소장은 2일 안동 웅부공원에서 유림 등 시민들이 모인 가운데 소를 바치는 봉소 의식을 거쳐 청와대로 가게 됐다. 1884년 안동 선비들이 고종에게 개화에 반대하는 ‘복제개혁반대만인소’를 전달한 뒤 126년 만에 대통령에게 다시 전달되는 것이다.

 그래서 봉소 의식도 전하는 기록을 참고해 안동시장과 유림이 참석한 가운데 전통 방식대로 재현했다. 만인소는 먼저 누구든지 볼 수 있도록 전시됐다. 이어 안동시장과 유림이 참석한 가운데 북쪽을 보고 절하기, 만인소 낭독, 함에 넣어 비단 보자기에 싸기, 운반자와 상읍례 등을 거쳐 서울로 향했다. 

 청와대로 가는 안동만인소는 봉소 행렬이 청와대 춘추관에 도착하면 만인소의 요약본을 대통령에게 전달하고 신문고 앞에 원본을 전시한 뒤 비답(秘答)·하명(下命)의 순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만인소는 조선시대 선비들이 시대적인 주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만 명의 뜻을 모아 임금에게 올린 상소다. 이는 개인의 뜻을 담은 상소가 아닌 ‘만 사람의 뜻은 곧 천하 사람 모두의 뜻’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조선시대 만인소는 모두 7차례 있었으며, 그 가운데 3차례는 안동 선비들이 올렸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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