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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블릭 컴퍼니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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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호 29면

주식을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회사를 우리는 상장기업(Listed Company)이라 부른다. 미국 등 선진국에도 이 용어가 있지만, 똑같은 의미로 훨씬 광범하게 쓰이는 게 ‘퍼블릭 컴퍼니(Public Company)’다. 기업공개를 ‘IPO(Initial Public Offering)’라 부르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김광기의 시장 헤집기

같은 맥락에서 비상장 기업은 ‘Unlisted Company’라 하기보다는 ‘Private Com- pany’라고 부른다.

이는 기업이 상장을 하게 되면 그동안의 사적인 조직 틀을 깨고 공적인 기구(Institution)로 탈바꿈한다는 인식을 바탕에 깔고 있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창업주가 기업공개를 통해 회사 주식을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과 나눠 갖게 되면 법적으론 그도 단지 여러 주주 중 일부일 따름이다.

자본주의 경제의 비약적 발전 비결은 바로 주식회사(Corporation) 제도에 있다고 보는 경제·경영학자가 많다.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란 칭송도 나온다. 기업이 단순한 사업체(Firm)의 형태를 깨고 주식회사가 되면 불특정 다수의 주주들로부터 막대한 자금을 조달해 쓸 수 있게 된다. 그 덕에 기업은 기술개발과 투자, 혁신에 전념하며 조직을 쑥쑥 키우고 국가경제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창업주들은 회사와 운명을 같이할 필요 없이 지분만큼의 유한책임만 지며 자기 직분에 전념할 수 있다.

선진국일수록 상장기업들이 경영 비리를 철저히 감시하고, 죄가 드러나면 엄단한다.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상장기업의 최대 주주로 떠오르는 등 사실상 전 국민이 주주인 상황이니 그들의 재산을 철저히 보호함은 당연한 일이다. 아울러 국가 경쟁력의 우위를 계속하기 위해서도 상장기업들이 건전하게 지속 성장하는 것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불법 행위로 주주 가치를 훼손한 기업인들에 대한 처벌은 가혹할 정도다. 법원과 금융당국 등은 비리 경영자들을 처벌하면서 판결문이나 결정문에 “퍼블릭 컴퍼니를 경영할 자격이 없는 인물”이라는 문구를 넣는 경우가 많다. 상장기업 경영자로 영원히 복귀할 수 없다는 ‘파문(破門)’이다. 엔론 사태의 장본인으로 분식회계와 횡령 등의 죄가 인정돼 24년 형을 선고받은 제프리 스킬링이 대표적인 예다.

신한금융지주 사태에 이어 한화와 태광·C&그룹 등의 비자금 조성 수사로 경제계가 떠들썩하다.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한 채 회사 경영에 전횡을 일삼고, 주주 전체의 재산을 내 돈인 양 빼돌린 혐의다. 시대가 달라졌다. “그동안 회사를 키우느라 고생 많았는데, 그럴 수도 있으려니…” 하던 국민 정서는 사라졌다.

상장기업이 잘못되면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이 축나고 국민들의 노후가 피곤해질 게 뻔한 세상이다. 집권 후반기의 정치적 이벤트로만 볼 일이 아니다. 있는 그대로 엄정히 수사하고, 죗값은 온당히 물어야 한다. 그래야 허튼 생각을 하는 기업인이 줄고, 한국 경제는 더 큰 도약을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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