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한국? 황당 미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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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드라마 ‘로스트’에 등장하는 ‘한강대교’. 푯말과 다리가 낡고 왜소하다.

#1. 미국 드라마 ‘로스트’에는 ‘한강대교’라는 푯말이 붙어있는 낡은 다리가 등장한다. 다리 아래 흐르는 한강은 작은 개천 수준이다. 경남 남해라고 나오는 지역에서는 돛단배가 떠다니고 어부는 베트남 전통모자를 쓰고 있다.

한국 여배우 김윤진씨의 뒤로 한국식 탑과는 거리가 먼 건축물이 등장한다.

 #2. ‘24’라는 미국 드라마에서는 서울에서 가혹한 고문이 자행된다. 또 다른 미국 드라마 ‘CSI’에서는 미국 내 한인타운이 배경인 에피소드에서 ‘북한 노동당에 충성한다’는 내용이 담긴 북한 가요 ‘내 이름 묻지 마세요’가 흐른다.

 미국 드라마 속의 한국은 이처럼 왜곡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 소속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은 21일 외교통상부 국감에서 드라마 ‘로스트’ ‘24’ ‘CSI’에 등장하는 한국 관련 장면을 소개했다. 이들 드라마는 미국에서만 회당 1000만 명 이상이 시청하고, 세계 각국으로 수출돼 수억 명이 보는 인기 드라마다.

 한국인 여배우 김윤진씨가 나오는 ‘로스트’에는 한국이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한국식 소주잔이라 보기 어려운 국적 불명의 잔이 등장하고, 절과 가옥도 한국식과는 거리가 먼 중국·일본·동남아식을 짜깁기한 형태로 묘사된다. ‘24’에서 서울은 가혹한 고문이 자행되는 곳으로 그려졌는데 이는 국가 이미지에 흠집을 내는 것이라고 홍 의원은 지적했다.

 홍 의원은 “대중문화의 엄청난 파급력을 생각한다면 외교부는 피상적인 문화 외교만을 강조하지 말고 국가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 보다 실질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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