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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드가 있는 음악산책] 노래는 우울증 치료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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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면

▶ 오숙환 교수의 한국화와 합성한 누드 크로키.

이번에는 노래와 악기 연주할 때에 중요한 '자세'가 주제다. 태양을 향해 꼿꼿이 선 나무들이 생(生)의 찬가를 좌우중심 잘 잡고 춤추며 부르듯 바른 자세는 호흡을 중시하는 노래와 연주의 기본이다.

턱을 끌어당겨 목 뒤쪽 아래의 대추(大椎)를 통해 모든 양경(陽經)을 조절하고, 가슴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편안하게 호흡.노래한다. 많은 사람이 노래방 등에서 기분 낸다고 몸을 마구 흔들고 비틀며 목에 핏대 세워 혈압 올려가며 열창(?)하는데, 이는 기분은 좋아진 것 같지만 실은 몸엔 스트레스가 더 쌓여 안 좋다. 마치 담배 피우면 스트레스를 날린 것 같아도 몸엔 도리어 스트레스가 쌓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세계 최고의 가수인 테너 파바로티를 한번 보자! 꼿꼿하게 서서 위풍당당하면서도 핏대 한번 세우지 않으며 다양한 감정을 풀어내지 않던가.

횡경막에 무리가 가지 않는 자세로 어깨 힘을 빼고 허리를 바로 세우며 복근과 괄약근을 사용해 안정되면서도 힘차게 노래해 보자. 몇 분만 지나도 몸이 더워지고 손발이 따뜻해져 여성의 수족 냉증이 어느새 사라지고 콧잔등에도 땀이 나 얼굴의 노폐물이 절로 제거되니 피부 미용에 그만이다. (가수들이 나이보다 훨씬 젊게 보이는 비결이다!) 그래서 스트레스 해소로 우울증 치유에 효과가 크기에 즐거울 낙(樂)자를 써서 음악(音樂)이라 하는 것이다.

그림처럼 단정히 앉아서 하는 바를 정(正)자의 정악(正樂)을 듣고 있노라면 심성이 반듯해짐을 느낄 수 있다.

최고의 인류문화유산이라고 격찬받는 '수제천'을 들어보면 자신이 정화되는 것 같고, 유려한 '수연장지곡(壽延長之曲)'은 곡목 그대로 장수할 것 같은 심신안정과 건강을 체험할 수 있다. 모두 바른 자세로 하는 음악이다. 뭣 좀 가졌다고 몸을 뒤로 젖히며 뻐기거나, 못 가졌다고 비굴하게 앞으로 숙이는 것이 아닌 영혼마저 바르게 하는 음악인 것이다.

그 선율은 생명체의 고향인 바다로 흐르는 물의 출렁임과도 닮았는데, 화선지에 스미고 번지는 먹물기법을 쓰는 화가 오숙환의 작품 '시간과 공간'에서 생명의 영적(靈的)선율과 리듬의 흔적을 여실히 볼 수 있다. 어디서 왔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절대 고독의 여행길을 수직하강보다 수평적인 동선으로 표현하는 그의 그림은 수평적 화성의 정악과도 같아 고즈넉하고 부드럽다. 치유미술이고 치유음악인 것이다.

누드 크로키를 할 때의 자세도 평상심과 비움 그것이다. 그러기에 모델이 내는 침묵의 소리까지도 화폭에 담아 정중동(靜中動)의 오묘한 조화로 그려낸다. 진정 마음도 잡아주는 바른 자세는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

바른 식생활과 운동, 금연과 절주 및 위생, 명상과 욕심 부리지 않는 생활습관의 바른 자세는 고혈압.당뇨.비만.암.심장병 등과 스트레스성 질환으로부터 자신을 구해내 건강 장수케 한다.

김태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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