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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이호진 회장 탈세, 시효 지나 고발 못 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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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태광그룹을 둘러싼 의혹이 이젠 국세청으로 번지고 있다. 국세청이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의 세금 탈루를 적발하고도 검찰에 고발하지 않은 게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다. 국세청은 2007년 태광그룹 계열사 세무조사에서 1000억원대 이상의 비자금과 세금탈루 사실을 적발하고도 검찰에 고발하지 않았다.

 당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이임용 선대회장이 이호진 회장 일가에게 물려준 재산 중에서 태광산업 주식 일부가 빠진 것을 찾아냈다. 이 주식은 이 회장 일가 소유지만 다른 사람 이름으로 돼 있었다. 세무조사가 시작되자 이 회장 일가는 수정신고를 해 800억원가량의 세금을 냈다. 현행 조세범 처벌법에 따르면 포탈 세액이 5억원 이상이면 고발하도록 돼 있다. 때문에 포탈 액수로만 따지면 이 회장은 고발 대상이다.

 문제는 공소시효다. 세금을 탈루한 사람에 대한 공소시효는 10년이다. 이 회장은 1996년에 이임용 선대회장으로부터 주식을 물려받았다. 익명을 원한 국세청의 고위 관계자는 “세무조사를 통해 탈세 사실을 파악했을 때는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 검찰 고발을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국세청이 이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지 않은 것은 태광그룹의 로비가 작용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검찰이 18일 오후 서울청 조사4국을 압수수색한 것도 이런 의혹을 조사하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이다.

 국세청은 이에 대해 현행법상 개인의 과세정보를 다른 기관에 넘겨주기 위해선 판사의 영장이 필요하기 때문에 검찰이 영장을 제출하고 세무조사 결과를 받아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계열사 간 부당 내부거래 의혹도 계속 제기됐다. ‘장하성 펀드’로 알려진 라자드한국기업지배구조 펀드는 18일 태광산업에 대한 주주대표소송 절차에 착수했다. 장하성 펀드는 태광산업이 지난달 대한화섬 주식 22만2285주(총 발행주식의 16.7%)를 한국도서보급에 시가 (주당 6만3100원)에 매각한 것을 문제 삼았다. 장하성 펀드 자문사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김선웅 소장은 “대한화섬은 화학섬유 계통에서 수직계열화된 회사로 순자산가치는 주당 24만원 정도 될 것으로 본다”며 “경영권 승계를 위해 이 회장의 아들이 지분 49%를 갖고 있는 한국도서보급에 대한화섬 주식을 헐값으로 넘긴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윤·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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