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S] 끝은 싱거웠다 … 그 뒤엔 짜디 짠 땀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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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SK야구는 강하다. 2007년부터 4년 연속 한국시리즈(KS)에 진출해 세 차례 우승(2007·2008·2010년)을 일궈냈다. 전성기의 해태 타이거즈를 연상시킨다. SK 훈련은 강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선수들은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이렇게 해놓고도 패하면 억울하다”며 승부욕을 키웠다. 트레이너들은 선수들의 몸과 마음을 다스리며 훈련의 피로를 풀어냈다. 사령탑인 김성근 감독은 한 수 앞을 보는 전략으로 최상의 성과를 만들어냈다.

SK 선수들이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삼성을 4-2로 꺾고 우승이 확정된 뒤 김성근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김성근 감독은 “이렇게 쉽게 끝날 줄 몰랐다. 우리는 모든 전력을 발휘했다. 삼성이 플레이오프를 치르느라 피로했던 것 같다. 4경기 다 우리가 주도권을 잡고 경기를 이끌었다”고 자평했다. [임현동 기자]

 ◆훈련을 통해 승부욕 자극=다른 팀들이 정규시즌 개막에 대비해 훈련량을 조절하는 3월 초에도 김성근 감독은 “다시”를 외친다. 정근우는 “안 해본 사람들은 모른다. SK의 훈련은 정말 이를 악물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다. 2010년 시즌을 앞두고 그 강도는 더했다.

하지만 훈련의 고통보다는 지난해 KS패배의 아픔이 더 컸다”고 털어놨다.

 SK는 2009년 한국시리즈에서 KIA에 3승4패로 아쉽게 무릎을 꿇었다. 패배의 아픔을 맛본 SK는 2010년 시즌이 개막하자마자 전력 질주했다. 4월 18일 삼성전 승리로 선두에 오른 이후 단 하루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김 감독은 “훈련의 고통을 통해 승리에 대한 강렬한 열망을 심는다. 이렇게 다져진 감정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감동을 담은 트레이닝=SK 올 시즌 개막 엔트리에 불펜의 핵 전병두가 부상으로 제외됐다. 포수 박경완은 양쪽 아킬레스 부상을 안고 있었다.

 홍남일 트레이닝 코치는 “던지고 싶다”며 서두르는 전병두를 달랬다. 마음을 다스려가며 ‘속도 조절’을 하는 사이 전병두의 왼쪽 팔꿈치를 괴롭혔던 통증은 사라졌다. SK 트레이너들은 경기 전후로 박경완의 발목을 마사지했다. 통증을 잊게 하기 위해 입에서는 쉴새 없이 농담을 쏟아냈다. 박경완은 “SK 트레이닝 코치들은 인간적·기술적으로 최고의 스태프다. 매 순간 감동 그 자체”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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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이렇게 마련된 구슬을 김 감독은 제대로 꿰어냈다. 김 감독은 8월 초 투수 이승호(37번)를 2군으로 내렸다. 그리고 틈날 때마다 그의 투구 동작을 살폈다. 타율 3할(0.305)을 치는 최정에게도 “더 나아져야 한다”고 타격 자세에 대해 조언했다. ‘KS 비밀병기’를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이었다.

 KS를 앞두고 이승호는 3일에 한 번씩 김 감독이 지켜보는 앞에서 불펜 피칭을 했다. 최정은 늘 특타조에 편성돼 오후 늦게까지 배트를 휘둘렀다.

 SK 선수들에게 KS는 훈련보다 쉬웠다. 이승호는 KS 3차전에서 승리를 따냈고, 최정은 2차전에서 삼성 에이스 차우찬을 홈런 2개로 허물어뜨렸다.

대구=하남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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