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물 관리가 국가 경쟁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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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지난 11~14일 호주 퍼스에서 제13차 국제 강(江) 심포지엄이 열렸다. 국제 수자원 전문가, 학계, 각국 정부 인사, 국제기구 등 600여 명이 물과 관련한 정책·연구·기술 등에 대해 논의했다. 기조 발제를 통해 우리나라·호주·남아공·인도네시아 등 각국의 물 관련 정책과 사업이 소개됐다. 특히 외국의 연구소, 정부기관, 물 관련 단체들은 한국의 4대 강 사업에 깊은 관심을 표명하기도 했다.

 세계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물이라는 생명의 기본권에 대한 도전을 받고 있다. 세계 인구의 40%가 250여 개의 강 줄기에 모여 살고 있는 상황에서 강을 통한 수자원 확보는 인류의 불가피한 선택이다. 그런데 전 지구적으로 편중되는 강우 패턴은 불행히도 21세기 기후변화라는 또 다른 시련으로 더욱 극단적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건조한 곳은 더욱 건조하게, 그리고 비는 폭우의 형태로 바뀌고 있다.

 국내 기후변화 전문가와 물 전문가로 구성된 기후변화소위원회의 ‘기후변화 대응 미래 수자원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의 물 사정은 비관적이다. 지금으로부터 50년 뒤인 2060년의 우리나라 물 부족량은 이용가능한 강수량의 약 10%에 육박하는 33억t에 이른다. 2100년 집중호우 횟수는 지금의 2~3배, 가뭄 발생 횟수는 3~4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고했다.

 수자원 관리는 국가의 안보와 직결되는 문제다. 또 그 나라의 국가 경쟁력으로까지 인식되고 있다. 물 관리 정책의 과감한 투자와 실행의지, 그리고 기술적 성취는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와 더불어 우리나라의 위상을 세계인들에게 확고하게 인식시키는 계기가 될 것임을 해외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마침 제15차 유엔 산하 ‘물과 위생 자문회의(UNSGAB)’가 11월 말 우리나라에서 개최된다. 우리나라가 물 부족 국가인가를 놓고 불필요한 논쟁을 벌이는 동안 26억 명의 인구가 불결한 위생으로 인한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또 8억8000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마실 물조차 구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의 절대 다수는 어린이와 여성들이다. 진정 우리 사회가 지불하고 있는 불필요한 갈등 비용을 줄일 수만 있다면, 그 비용을 모두 모아 그들 나라에 기부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차윤정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 환경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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