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모와 삼남의 갈등이 태광그룹의 화(禍)를 키웠다.”
18일 전 흥국생명 전략기획실 직원 A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태광산업 등 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태광그룹 창업주 고 이임용씨의 부인) 이선애 여사와 삼남인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 사이의 갈등이 검찰 수사까지 불러왔다”고 말했다. 그는 “전략기획실에서 근무하면 이 회장 일가에 관한 교육을 따로 받는다”며 “근무 당시엔 전략기획실이 흥국생명 사옥 24층에 있어 같은 층에 있는 이 회장의 개인사무실에도 자주 드나들었다”고 말했다. 전략기획실은 올해 초 18층으로 이사했다.
A씨에 따르면 이 여사는 2003년 사망한 장남 식진씨의 아들 원준(32)씨에게 태광그룹 내 알짜기업으로 꼽히는 태광산업 등 주요 계열사를 물려주고 싶어했다. 그러나 식진씨 사망 당시 원준씨는 25살로 경영권을 물려받기엔 어린 나이였다. 차남 영진씨 역시 1994년 사망했기 때문에 경영권은 삼남인 이 회장에게 넘어갔다. 하지만 이 회장은 장조카 원준씨에게 갈 주요 계열사를 차지하려 했다고 한다. 이 회장이 10대 자녀들에게 비상장 계열사의 주식을 무리하게 편법 증여한 것 역시 주요 계열사에 대한 지분을 늘리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A씨는 “이 여사는 삼남인 이 회장에겐 흥국생명 등 금융계열사를 물려줄 생각이었지만 이 회장은 생각이 달랐다. 모자의 사이는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2006년 롯데가 우리홈쇼핑을 인수하면서 모자 사이는 돌이킬 수 없게 됐다고 한다. 당시 태광그룹은 우리홈쇼핑 주식을 45% 이상 취득해 최다출자자 지위를 획득하는 등 인수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뒤늦게 인수전에 뛰어든 롯데가 공격적으로 우리홈쇼핑 지분을 인수하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이 일로 이 여사는 롯데 신격호 회장의 조카인 며느리 신유나씨를 멀리했다고 한다. 결국 이 일로 이 회장 가족은 이 여사의 집에서 분가까지 했다. A씨는 “당시 신유나씨가 2주가량 일본 친정에 가 있었을 정도였다”고 전했다. 결국 다음해 태광그룹 측은 롯데를 상대로 “총 자산 3조원이 넘는 롯데가 우리홈쇼핑을 인수한 것은 당시 방송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인수 취소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정선언·김기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