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대단한 문태종 vs 그저 그런 문태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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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개막한 2010~2011 프로농구 최고의 화두는 단연 ‘문태종(35·전자랜드·사진)’이다. 문태종은 2월에 열렸던 2010 귀화 혼혈선수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전자랜드에 지명됐다. 그는 지난 시즌 득점왕 문태영(32·LG)의 친형이며, 그동안 유럽리그에서 이름을 날렸다. 시범경기 때까지도 문태종은 잠깐씩만 출전하면서 실력을 꼭꼭 숨겼다.

그의 기량에 대한 궁금증이 커진 상태에서 그는 개막 첫 주부터 폭발적인 득점력을 과시했다.

 문태종은 16일 삼성전에서 연장 접전을 벌이는 동안 39분을 뛰면서 20점·10리바운드·5도움을 기록했다. 17일 KT와 경기에서는 32분간 17점·8리바운드·3어시스트를 올렸다.

 하지만 문태종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한쪽에서는 ‘팀을 우승으로 이끌 타짜’라고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리는 반면, 또 다른 쪽에서는 ‘평범한 3점 슈터다. 기대 이하’라는 반응도 나온다.

 ◆우승 이끌 타짜=문태종의 최고 장점은 득점력이다. 여기에 노련함까지 갖췄다. 그는 스페인·이탈리아 등 유럽리그를 두루 거쳤고, 2006년 국제농구연맹(FIBA) 유로컵 올스타로 뽑혔다. 추일승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문태종이 전체적인 흐름을 조율할 줄 안다”며 “전자랜드는 서장훈·허버트 힐 등이 있어 골 밑이 강하다. 문태종이 외곽에서만 득점을 올려줘도 전자랜드의 우승 도전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은 “경험이 풍부해 팀에 보이지 않는 기여를 많이 한다. 득점으로만 문태종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서장훈은 “문태종이 왔기 때문에 지난 시즌처럼 나한테 ‘무식하게’ 더블팀을 들어오지 못할 것”이라며 ‘문태종 효과’를 몸으로 느낀다고 밝혔다. 문태종은 “두 경기 동안 내 기량의 70% 정도를 보여준 것 같다. 앞으로 중요한 순간에서 팀 승리를 이끌 수 있는 해결사의 면모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평범한 슈터다=그러나 문태종이 극복해야 할 점은 분명히 있다. 35세의 노장으로 체력이 탄탄하지 않은 데다 발이 느려 상대에게 수비의 빈 틈을 준다는 점이다. 전창진 KT 감독은 “문태종의 공격 옵션은 단순하다. 과감한 돌파나 일대일 공격이 거의 없다. 국내 3점 슈터와 별 차이 없다”고 평가했다.

박종천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평가가 이른 감은 있지만 동생(문태영)보다 나은 점이 슛뿐이다. 파워가 부족해 밀착 수비를 뚫기 어려워하더라”고 말했다. 한 프로팀 코치는 “상대가 더블팀 수비를 붙이도록 해야 진짜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다. 수비 한 명이 막아낼 수 있는 공격수라면 용병급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안준호 삼성 감독은 문태종(1m97㎝)보다 작은 강혁(1m88㎝)에게 수비를 맡겼다.

 벌써부터 전문가의 의견이 엇갈리는 ‘문태종 효과’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를 지켜보는 게 이번 시즌 프로농구의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김종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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