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올봄 천성산엔 도롱뇽 천지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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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지율 스님은 환경운동가로서 우리 사회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터널 공사로 몰살 위기에 처한 도롱뇽을 살려달라며 2003년부터 2005년까지 4차례에 걸쳐 241일의 단식농성을 벌이던 그의 모습은 아직도 생생하다. 동물을 원고로 한 ‘도롱뇽 소송’으로 더 유명세를 탔다. 당시 소장(訴狀)에서 그는 “청정 계곡에 사는 꼬리치레 도롱뇽의 생존이 위협받는다”고 주장했다. 일부 불교계와 환경단체가 가세하면서 환경 파괴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증폭됐다. 천성산 공사가 3년간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며 우여곡절을 겪었던 과거를 우리는 기억한다.

 다음 달 1일 개통을 앞둔 천성산 터널의 주변 생태계는 어떨까. 17일 발행된 중앙SUNDAY의 현장 답사와 관련 취재에 따르면 터널 공사 이전과 이후 사이에 생태계는 아무런 변함이 없었다. 올봄 늪지엔 “도롱뇽이 천성산에 너무 많아 수를 다 헤아릴 수 없다” 등의 목격담이 나왔다고 한다. 주민들도 “공사할 때 난 먼지 빼곤 달라진 것 없다”고 했다. 천성산을 조사한 대학연구팀의 의견도 같았다.

 생태계가 잘 보존되고 있다니 다행이기는 하다. 하지만 엄청난 분란(紛亂)을 일으켰던 사회적 파장에 비하면 그 결말이 당혹스러울 정도다. 2006년 6월 대법원은 “환경 파괴의 구체적 피해를 입증하지 못하는 개인이 국가 개발까지 막는 건 헌법이 보장하는 환경권을 넘어선 것”이라고 판시했다. 그런데 ‘구체적 피해’는커녕 도롱뇽 생태계에 아무 문제가 없다니 어이가 없는 것이다.

 이번 도롱뇽 사건은 4대 강 사업을 떠올리게 한다. 물론 4대 강 사업에서 환경 문제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그래서 우리는 4대 강의 성공 여부는 수질 개선에 달려 있다며 이 문제를 꼼꼼하게 따져볼 것을 정부에 주문한 바 있다. 하지만 막무가내식 환경지상주의는 경계해야 한다. 4대 강 사업이 천성산 터널 논란처럼 극단적으로 몰고가면 그 부담은 세금을 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환경운동이란 무조건 개발을 막는 게 아니라, 상생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라는 천성산 생태조사 참여 교수의 말을 4대 강 사업 관련자들도 음미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