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국제뉴스 취재 52년 …‘영원한 현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3면

16일 서울대에서 열린 ‘2010 한국언론학회 총회’에서 최현철 학회장(왼쪽)이 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에게 ‘미디어발전 공헌상’을 수여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16일 오후 6시 한국언론학회 정기총회가 열린 서울대 멀티미디어 강의동 305호. 전국에서 모인 언론학자 200여 명이 좌석을 메운 가운데 김영희(74) 중앙일보 대기자가 강단에 올랐다. 김 대기자는 언론학회가 수여한 ‘미디어발전 공헌상’의 수상자였다. 올해 창립 51주년을 맞은 언론학회가 한국 저널리즘 및 방송 발전에 기여를 한 인물을 기리기 위해 제정한 상이다.

 언론학회의 최현철 회장(고려대 신문방송학 교수)은 김 대기자를 수상자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언론인의 외길을 걸으면서 국제문제 보도분야를 개척하고 전문성을 고양해 한국 언론의 질적 수준을 높였다”라고 소개했다. 언론학회 회원들의 박수 속에 상을 받은 김 대기자는 언론계와 학계, 학자와 언론인의 협력을 당부했다. 김 대기자는 “52년을 맞은 기자 생활을 돌이켜보면 현재 언론은 지각 변동 수준의 변화를 맞고 있다. 이는 미디어의 중대한 위기이자 중요한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현업의 기자들은) 숲 속에 있기 때문에 숲 밖을 잘 모를 수 있다. 숲 속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여러분이) 알려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1958년 한국일보에서 기자로 첫 출발한 김 대기자는 출근 첫날 외신부를 지원한 이래 50여년 간 국제뉴스 한 우물을 팠다. 63년 존 F 케네디 당시 미국 대통령이 저격당했다는 소식을 국내에서 특종 보도했다. 65년 창간 멤버로 중앙일보로 옮긴 뒤 외신부장(70년), 워싱턴 특파원(71∼78년)을 거쳐 편집국장(83년)에 올랐다.

 잠시 출판·문화사업 담당 임원으로 일하던 그는 95년 회갑을 코 앞에 둔 나이에 다시 현장기자로 돌아왔다. 풍부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심층기사를 쓰는 대기자로 나섰다. 백발을 휘날리며 현장을 누비고, 1면과 칼럼을 동시에 쓰는 임원급 기자는 국내에선 유례가 없었다.

 또한 전문 인터뷰어로도 활약하면서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1999년),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2001년) 등의 정치인▶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1965년),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1998년),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2007년) 같은 해외 석학▶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1978년), 밀리언셀러 작가 시드니 셸던(1996년)을 비롯한 문화계 인사 등을 고루 만났다.

 김 대기자는 학구적인 칼럼니스트로도 유명하다. 매달 10여 권의 원서를 읽고, 분기에 한 번씩은 일본에서 수백만원 상당의 서적을 구입한다. 국내외 중요 이슈를 다루는 그의 칼럼은 감상적인 ‘인상 비평’에서 벗어나 정확한 ‘팩트’가 녹아있다. 때문에 “그에게 한국 언론의 길이 있다. 전문성을 쌓으면 결국 일체의 정파와 편향을 초월한다”(김민환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균형감과 중후함을 갖춘 동양의 대기자”(후나바시 요이치 일본 아사히 신문 주필) 등의 평을 받았다.

 이날 김 대기자와 함께▶고 선우휘(1922∼86) 전 조선일보 편집국장·주필▶고 송건호(1927∼2001) 전 한겨레신문사 사장▶장명수(68) 한국일보 고문도 이날 미디어발전 공헌상을 받았다. 방송 부문에선▶고 강찬선 (1918~99) 아나운서▶고 김기팔(1937~91) 방송작가▶이병훈(56) MBC PD▶최창봉(75) 한국방송인회 이사장이 선정됐다.

글=천인성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