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행정도시 건설' 합의 이후] 한나라 뒤숭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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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수도권 지역 국회의원들과 서울시의회 의원들이 24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행정도시 건설의 여야 합의
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계동.이재오 등 한나라당 일부 의원은 23일부터 국회에서 농성 중이다. 조용철 기자

24일 한나라당은 온종일 어수선했다. 박계동.이재오 의원 등 5~6명은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에 대한 여야 합의안에 항의해 전날 저녁부터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점거농성을 하고 있다. 수도권 의원을 중심으로 한 반발은 조직화돼가는 양상이다.

농성 의원들은 '편법.야합 수도이전 반대'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을 원내대표실 벽에 걸었다. 이들은 "3월 2일 본회의 때까지 농성을 계속할 것이며 합의안 통과를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주장했다.

당내 최대 모임인 '국민생각'의 대표 맹형규 의원과 '수요모임'대표 정병국 의원, '푸른정책모임'의 박진.임태희 의원 등 6명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어제 여야합의는 국리민복이 아니라 정치적 타협의 결과로 지난해 헌재 결정을 어기는 법치주의의 부정"이라며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주장했다. 서울시당(위원장 박성범 의원)도 "행정중심 복합도시 건설계획은 즉각 중단돼야 하며 국민의 의사를 직접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성명을 냈다. 또 심재철 전략기획위원장은 "당의 결정은 정략적 야합"이라며 당직을 사퇴했다. 여기에다 이방호 의원 등 영남권 보수그룹에서도 당론 재결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박근혜 대표의 정면돌파=박근혜 대표는 당내 반발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자세다. 이날 오후 부산에서 올라온 박 대표는 농성장을 방문했다. 그는 "여러분의 입장 충분히 이해한다. 의원 중 누가 만족스럽겠나. 나 자신도 마음이 편치 않다"며 농성 의원들을 달랬다. 그러나 박계동 의원은 "한나라당이 여당의 위헌적 법안에 따라가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의원총회를 다시 열어 이 문제를 새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대표는 "각자 의총에서 충분히 얘기 나눴고 각자 엄청나게 고민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표결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앞서 대표실을 항의 방문한 서울시 의회 의원들에게도 박 대표는 "당이 왔다갔다 할 순 없다"며 당론 번복 요구에 선을 그었다. 박 대표는 거칠게 항의하는 시의회 의원들에게 "중요한 것은 한나라당이 내.외치 담당 부서는 서울에 남아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해 수도를 지켰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박 대표는 지난해 신행정수도대책특위가 구성될 때부터 여당과 타협이 불가피하다는 생각을 해왔다"며 "앞으로 충청지역을 자주 방문해 민심을 수습하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 이명박 시장과 손학규 지사=수도 이전을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했던 이명박 서울시장은 일단 합의안에 유감은 표시하면서도 지난해처럼 반대운동의 전면에 나서진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측근 인사는 "이 시장이 지난해 수도 이전 위헌 판결을 이끌어내며 주가를 높였지만 여기서 더 나가면 오히려 정치적으로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근 '전향적 합의'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손학규 경기지사는 이번 합의로 경기도의 숙원사업인 '수도권정비계획법 폐지'가 성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손 지사는 다음달 충청권을 방문해 경기.충남 상생협약의 후속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김정하.이가영 기자 <wormhole@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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