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일본대사 독도 망언 외교부 탓 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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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일본 시마네(島根)현이 2월 22일을 '다케시마(竹島)의 날'로 정해 독도를 자신들의 영토인 것처럼 주장한 데 이어 주한 일본대사가 독도는 "역사적으로, 법적으로 명백히 일본 영토"라고 말했다.

독도 영유권 문제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제는 서울 한복판에서 주한 일본대사가 버젓이 '독도는 일본땅'이라고 외치는 외교적 도발을 하는 정도가 됐다. 외교부는 일본공사를 소환해 경고한 것으로 마무리지을 생각인 것 같다. 하지만 이번 일은 그렇게 마무리지을 수 없는 중대한 문제다.

일본이 자기네 나라에서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주장한다면 못들은 체하면 된다. 외교부의 주장대로 "이미 우리가 현실적으로 점유하고 있는데 그들이 떠들어 봐야 실익이 없다"는 논리도 일면 수긍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 한복판에서 그것도 대사가 주재국에 정면도전하며 이런 발언을 했는데 이를 넘길 수 있는가.

일본대사까지 이런 망언을 하게 된 데는 외교부 책임이 크다. 외교부가 지금까지 독도에 대해 너무나 미온적으로 대응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신임 경찰청장이 독도를 방문해 독도를 지키는 해경들을 위문하려 했을 때 말린 당사자가 외교부다. 일본과 불필요한 마찰을 빚는다는 이유에서다. 우리 해경을 경찰청장이 위문 간다는데 뭐가 잘못됐나. 외교부는 어느 나라 외교부인가. 이런 식으로 나가니 일본이 이제는 주재국 대사까지 나서서 망언을 하는 것이다. 그래도 되는 모양이라고 생각하게 만든 것은 외교부의 독도정책 때문이다. 국민 여론이 악화되자 뒤늦게 외교부 당국자가 "독도 영유권 수호 문제는 한.일 관계보다 훨씬 상위개념이자 중요 가치"라고 말했다. 왜 진작 그런 식으로 대응을 안 했나. 외교부 사람들의 상황인식이 고작 이 정도인가.

'한.일 우정의 해'를 맞아 한.일 양국이 과거에 발목을 잡히지 말고 미래로 향하자는 합의의 정신을 고양하려는 이때에 일본의 억지와 무례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외교부가 정신차려야 한다. 더 이상 소극적으로 나가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