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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한' 내기골프를 위한 변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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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정렬 판사는 억대 내기골프를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피고인들에게 "내기골프는 도박이 아니므로 도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주 잘한 판결이다. 이게 바로 진짜 판결인 것 같다.

이 판사 자신도 "친구들과 한 타에 1000원짜리 내기골프를 즐긴다"(중앙일보 2월 22일자)고 했다. 이 판사뿐 아니라 많은 골퍼가 돈내기를 한다.

나도 날씨가 좋으면 토요일에 친구들하고 주말에 1달러짜리 내기골프를 친다. 골프는 한 번 치는 데 대략 5시간 걸린다. 걸으면서 골프를 친다. 골프 내기에서 전부 진다고 해도 18달러다. 하지만 이길 때도 있다. 한 타에 1달러 내기를 함으로써 5시간 동안의 골프가 아주 흥미진진해진다. 뉴욕의 브로드웨이에서 쇼를 보는 것보다 훨씬 더 재미있다. 술집에서 술마시는 것보다도 훨씬 더 재미있다. 이처럼 흥미를 제공해주는 돈내기가 불법이라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래서 이 판사의 판결에 나는 절대적으로 찬성이다.

'억대 내기골프가 무죄라니'라는 중앙일보 사설(2월 22일자)에서 "대법원도 2003년 9월 한 타당 최고 40만원씩을 걸고 10억원대의 내기골프를 한 혐의로 기소된 기업인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더구나 몇 백만원짜리 고스톱판을 벌였다가 처벌받은 사람을 생각하면 더욱 혼란스럽다"고 하면서 '억대 내기 골프는 유죄'라는 듯 주장했다.

그렇다면 이 판사도 한 타에 1000원짜리 내기를 했는데 유죄란 말인가. 만약 내가 한국을 방문해 친구하고 내기골프를 쳐 발각된다면 체포될 게 아니겠는가. 내 주위에 있는 수많은 골퍼가 1달러짜리 내기를 하는데 그렇다면 이들이 다 범법행위를 하고 있단 말인가.

1달러짜리 내기를 할 때는 돈을 따먹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고, 흥미를 돋우기 위해 하는 것이다. 결코 돈을 벌기 위한 것은 아니다. 억대의 돈내기는, 어찌 보면 흥미를 돋우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돈을 따는 데 목적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돈을 많이 따먹는 경우에는 세금을 내야 한다. 세금을 내지 않는 경우 탈세범으로 걸려든다.

한국도 국회에서 내기 돈 액수를 정하고 허락받지 않은 장소에서 내기하면 불법이라는 것을 명시해 법을 제정하면 될 게 아니겠는가. 이정렬 판사의 판결에 나는 동의한다.

조성내 정신과 전문의.뉴욕 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