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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트랜드] 교복에도 강남·강북 있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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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을 보면 강남북이 보인다?

이 무슨 생뚱맞은 소리인가. 그런데 사실이다. 동덕여고에 입학할 예정인 윤두리(16)양은 "교복 입은 것만 봐도 강북 학교에 다니는지 강남 학교에 다니는지 알 수 있다"며 최근의 실태를 말한다.

스타일이 확연히 다른 것이다. 이에 맞춰 지역을 고려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는 점은 교복 업계에선 공공연한 비밀이다. 사복도 아닌 똑같이 입는 교복에서 어떻게 이런 차이를 보이는 걸까.

학생들이 자신의 기호에 맞는 교복 브랜드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원인은 유행과 흐름에 따라 학생들 스스로 교복을 고친다는 점이다. 학교 주변 교복 수선집은 새 학기가 시작되는 이맘때면 문전성시를 이룬다. "상의를 바짝 올려주세요" "치마 밑단을 풀어주세요" 등등.

과연 강남북의 교복은 어떻게 다른가.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일까. 혹시 서울 강남북에 암암리에 자리잡고 있는 경제적 차이가 행여 교복에까지 영향을 준 것은 아닐까.

글=최민우 기자<minwoo@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 패션 리더형 강북

20일 중.고생들이 많이 모이는 서울 강북 성신여대 부근 먹자골목. 교복만 안 입었으면 전혀 학생이라고 보기 힘든, 성숙해 보이는 여학생 서너 명이 눈에 띄었다. 상의는 하나같이 짧게 올리고 바짝 조여 몸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나게끔 입었다. 반면 하의는 너풀너풀. 조금 과장하자면 중세 시대 여인들의 풍성한 치마와 비슷하다.

김유진(17.C여고 2년)양은 "우리 반 학생 중 80% 이상이 치마를 길게 입는다"고 말한다. "다리가 길게 보이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뒤따른다. 또 다른 여학생은 "선생님한테 매번 지적받고 뺏기기도 하지만 또 늘려 입는다"고 말한다.

이런 강북 여학생들의 교복 스타일을 업계에선 "빨리 성숙해지고 싶은 욕망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패션 전문 리서치 기업 말콤브릿지가 지난해 교복 패션 경향을 조사한 결과 강북 지역에선 '여성스럽고 성숙한 감성'이 주류를 이룬다고 분석했다. 여학생뿐만 아니라 남학생도 나팔바지 스타일의 교복을 입는 등 멋내기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비클럽 김현정 디자인실장은 "강북에선 교복을 일상복으로도 입어 멋스러움을 추구하는 경향이 크다. 학생복 유행의 진원지는 대개 강북인 편"이라고 말했다.

*** 범생이형 강남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몰에서 만난 여학생들의 교복 차림은 강북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상의는 조금 짧은 듯했지만 눈에 띌 정도는 아니었다. 반면 하의는 타이트하면서 짧았다. 이혜정(15.Y중 3년)양은 "귀엽게 보이도록 신경쓴다"고 말한다. 다른 여학생은 "별 관심이 없다. 튀지 않으려 한다. 어른들이 어떤 걸 좋아하는지 알고 있다"고 말한다. 다른 곳에서 만난 김우리양은 "예전엔 치마를 길게 입으면 '촌스럽다'고 놀리기도 했지만 요즘엔 '강북 스타일'로 입는 애들도 늘었다"고 전했다.

엘리트 학생복 이미경 디자인팀장은 "강남 중.고생들이 '착한 소년.소녀 행동 양식'을 보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공부에 열중하고 부모의 뜻에 순종적인 경향이 교복에도 그대로 반영됐다는 것. 이 팀장은 "교복에 가장 관심 없는 부류가 강남 남학생"이라고 덧붙였다. 대신 강남 여학생들은 구두나 액세서리 등을 활용, 나름대로 패션 감각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학생복 업체 스마트 측은 "강남은 다양한 액세서리 등으로 코디한 귀엽고 세련된, 한마디로 일본풍이 주류"라고 진단했다.

아이비클럽 김 실장은 "강남 학생에게 교복은 교복일 뿐이다. 따로 멋을 부리려면 사복으로 충분히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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