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마이크는 하루 종일 ‘개헌 이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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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여권에선 세 차례의 부인 또는 해명성 공개 발언이 있었다. 모두 개헌 논의와 관련해서다. 두 차례는 한나라당 김무성(사진) 원내대표가 했다.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친박근혜계인 서병수 최고위원이 여야 원내 사령탑 간에 개헌특위·4대강특위 등의 구성을 두고 ‘빅딜’을 하려 한다는 언론 보도를 거론하며 “개헌론과 같은 중요한 정책을 원내대책회의의 자의적 판단으로 이른바 빅딜한다는 건 권한 남용일 뿐만 아니라 당헌·당규 위반”이라고 공격했다. 그러자 김 원내대표는 “잘못된 헌법을 고쳐야 하는데 시기적으로 늦었다는 것 때문에 국회 논의 자체를 못하게 하는 건 잘못”이라고 반박했다. 그런 그가 오후엔 법사위 국감장인 감사원에서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와 함께 기자들을 만났다. 일부 언론이 “여야 원내대표들이 개헌특위를 구성하는 조건으로 4대 강 사업의 완공 시기를 2012년 4월 총선 이후로 연기하는 문제를 오래전부터 논의해 왔다”는 내용의 보도를 부인하기 위해서다. 박 원내대표도 “개헌에 대한 얘기가 왔다갔다한 건 사실이지만 (그런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청와대 김희정 대변인도 같은 주제로 마이크 앞에 섰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을 해보니 권력이 너무 대통령에게 집중돼 있더라’라며 개헌론에 힘을 실었다”는 한 조간신문 보도를 반박하기 위해서다. 김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개헌의 방향성에 대해 어떤 말도 한 적이 없다”며 “청와대가 나서서 개헌을 주도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 같은 공개 발언들은 개헌 문제의 예민함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권에선 “18대 국회에서 개헌하긴 어렵다. 시기적으로 늦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박근혜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지사, 민주당 손학규 대표 등 차기 대선 주자군도 개헌에 부정적이다. 그런 가운데 이재오 특임장관이 개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그는 “개헌특위를 만들어 몇 가지 안을 놓고 국민이 바라는 안을 선택하면 되는 거 아니겠느냐”며 내년 3월 국민투표 일정까지 밝힌 상태다. 그와 가까운 인사들도 “실현 불가능한 게 아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이 대통령의 임기 내 개헌이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여야에서 나오는 개헌론이 국민으로부터의 추동력을 확보하기 힘들기 때문에 ‘공허한 테마(주제)’로만 남을 것 같다”며 “국민들로부터 지지받지 못하는 개헌 추진은 어렵다는 게 이명박 대통령의 인식”이라고 말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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