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치기 공부론 논술 어림없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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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유미 대성독서논술 연구소 소장

최근 서울시교육청은 '서울학생 학력 신장 방안'을 발표했다. 교과와 연계한 독서교육의 강화, 서술.논술형 평가의 점진적 확대 등이 눈에 띈다. 독서교육 강화 방안으로 독서 활동을 수행평가에 반영하고 교과별로 독서지도 매뉴얼을 개발키로 했다. 서술.논술형 평가는 올해부터 중.고교 1학년을 대상으로 교과학습 평가의 30%, 2006년에는 1.2학년을 대상으로 40%, 2007년에는 전 학년을 대상으로 50%까지 확대 실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논술은 본질적으로 사고력과 표현력을 평가하는 시험이다. 논제와 제시문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능력, 주장과 근거를 설정하는 능력, 논의의 흐름을 잃지 않고 조직화하는 능력, 새롭고 유용한 대안이나 해결책을 제시하는 능력, 적절하고 정확하게 표현하는 능력 등을 평가하는 것이다.

이런 능력은 기본적으로 오랜 기간의 독서와 글쓰기 경험을 바탕으로 가능한 것이지, 몇 개월간의 집중 학습으로 길러지는 것이 아니다.

특히 초등학생 때는 독서 및 글쓰기 능력에서 커다란 변화와 성장을 보이는 시기이다. 이 때 형성된 독서와 글쓰기에 대한 태도는 그 후에도 유지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초등 학령기에 어떤 독서와 글쓰기 경험을 가졌느냐에 따라 중.고등 학령기에 큰 차이를 가져오게 된다.

?초등 1~2학년=매일 책을 읽어주고 책 읽는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 그림책, 동화, 동시, 정보 도서 등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어준다. 책을 읽어 줄 때는 가끔 멈추어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까' 같이 예측을 유도하는 질문을 한다.

이 때 아이의 답이 맞는 것이 아니라도 인정해 준다. 실제 인물과 이야기 주인공을 비교해 보거나, 책에서 발견한 정보와 아이디어에 다양한 의견과 반응을 유도한다. 이야기를 읽고 난 후 단어와 문장의 순서를 맞추게 하거나 이야기 일부를 빠뜨려 놓고 빠진 부분을 써 넣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기초적인 글쓰기 경험을 제공한다. 엄마에게 전하는 메모, 전자레인지 작동 방법, 친구에게 보내는 초대장 등 여러 가지 목적으로 다양한 사람들에게 글 쓰는 기회도 제공한다.

?초등 3~4학년=책 읽는 즐거움을 알게 하고 여러 종류의 책을 탐독하게 한다.

이 시기에 다양한 종류의 책읽기는 점차 어려워지는 사회.과학 등의 교과에 필요한 배경지식을 쌓고 비슷한 종류의 글에 익숙해지도록 도와준다. 하지만 문학 작품 읽기를 소홀히 해서도 안된다.

상징이나 비유를 이해하게 되는 이 시기 아이들에게 문학 작품은 풍부한 상징과 비유적 표현을 경험하게 해준다.

인과 관계를 찾아내고 결과를 예측하게 하거나 제시된 단서를 통해 등장인물의 특성을 파악하게 할 수도 있다. 비슷한 주제를 가진 책에 나오는 인물과 사건들을 비교하게 하거나, 이야기에 등장한 어떤 인물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다시 쓰게 하거나 후속편을 쓰게 할 수도 있다.

책의 정보를 요약하고 조직하기, 문단별로 소제목을 만들어 글 구성을 파악하는 것 또한 독서를 바탕으로 논술의 기초를 다질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초등 5~6학년=읽기 전략뿐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읽기 행위를 조절하는 초인지 전략과 비판적 읽기를 배우는 시기이다. 목차.삽화.도표 등의 자료들을 글 이해에 활용하기, 특정 정보를 찾기 위해 빠르게 읽기, 읽고 있는 내용을 이해할 수 없을 때 다시 읽거나 어려운 어휘 확인하기 등 적극적인 독자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전략들을 부모가 아이에게 모델링해주면 좋다.

책을 읽고 난 뒤에는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글이 누구의 관점에서 쓰인 것인지 찾아내게 한다. 역사 소설에서 허구와 사실을 구별하게 하거나 주인공의 가치, 생활방식 등에 대해 판단하게 할 수도 있다.

글쓰기에서는 쓰고자 하는 글의 내용을 미리 생각하여 흐름도를 그리게 하거나 마인드맵으로 정리하게 하거나 나무 형태를 이용해 정리하게 하는 등 다양한 방식의 개요 짜기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논리적이고 응집력 있는 글을 쓸 수 있게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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