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범으로 몰린 가라오케 발명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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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20세기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인 ‘가라오케’. 이 가라오케를 발명한 일본인 이노우에 다이스케(井上大佑·70)가 최근 저작권 판매 사기로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13일 보도했다. 젊은 시절 밴드 연주자였던 이노우에는 음치인 손님들에게 박자와 음정을 잘 맞춰주는 것으로 유명했다. 어느 날 단골인 한 중소기업 사장이 이노우에에게 사원 단합대회에 참석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가게를 비울 수 없었던 그는 대신 사장이 즐겨 부르던 노래 반주를 녹음테이프에 담아줬다. 1971년 ‘8주크’라는 이름의 가라오케는 이렇게 탄생됐다.

가라오케는 큰 히트를 쳤지만 이노우에는 특허를 신청하지 않는 바람에 갑부가 될 기회를 놓쳤다. 특허를 냈다면 매년 1000만 달러(약 110억원)를 벌어들였을 것이라는 추산이 나온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 99년 “마오쩌둥과 간디가 아시아의 낮을 변화시켰다면 이노우에는 아시아의 밤을 바꿔놓았다”며 그를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아시아 20인에 뽑기도 했다.

이런 유명세에도 ‘재미’를 보지 못한 이노우에는 돌연 올 5월부터 초창기 가라오케 기기의 설계도 등을 담은 15쪽짜리 문서에 대한 저작권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저작권을 2만 계좌로 나눠, 주로 고령자들을 대상으로 계좌당 100만 엔(약 1350만원) 이상의 가격에 판매했다. 3년간 150만 엔을 투자하면 200만 엔이 된다고 홍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저작권 업무를 담당하는 일 문화청은 “마치 가라오케 기계 발명에 관한 특허권과 이노우에의 저서 저작권을 혼동하게끔 한다”는 이유로 저작권 양도등록을 동결하고 조사에 나섰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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