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힘 못쓰는 ‘불펜 왕국’ 삼성, 두산에 추격 틈 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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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국내 최강이라는 삼성 불펜이 또 무너졌다.

정규시즌 철옹성 같던 계투진이 플레이오프에서 속수무책으로 붕괴되고 있다.

삼성은 11일 잠실에서 열린 플레이오프(PO) 4차전에서 7-2로 앞선 7회말 2사 이후 안타 6개와 볼넷 1개로 5점을 내줬다. 결국 8-7로 이기며 승부를 13일 대구 5차전으로 끌고 갔지만 PO들어 매 경기 삼성답지 않은 불펜 운용을 보였다.

선동열 삼성 감독은 4회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좌완 에이스 차우찬을 교체했다. 5차전을 염두에 둔 포석. 그러나 이후 등판한 권오준·정현욱·이우선이 1이닝도 견디지 못하고 강판됐다.

특히 7회에는 2사 후 이우선과 안지만이 각각 3연속 안타를 얻어 맞고 5점을 주고서야 이닝을 마무리했다.

삼성은 정규시즌에서 불펜 평균자책점 3.35의 독보적인 기록을 남겼다. 5회까지 앞섰을 때 승률이 0.967(58승 2패)에 이른다. 5회까지 이긴 경기에서 거의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러나 무슨 까닭인지 플레이오프에서 맥을 못추는 양상이 되풀이 되고 있다.

앞서10일 3차전에서는 2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연장 11회말 8-9로 재역전패 했다.

선 감독은 PO 시작 전부터 “불펜 투수들의 컨디션이 나빠 걱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좌완 권혁이 문제라고 했다. 1~3차전에 모두 등판했지만 안타 2개, 볼넷 4개를 내주며 아웃카운트를 2개밖에 잡지 못했다. 제구력이 갑자기 나빠졌다. 불펜의 유일한 좌완인 권혁이 부진하자 정수빈·오재원·이종욱으로 이어지는 두산 좌타라인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그렇다고 오른손 투수가 좋은 것도 아니었다. 정인욱은 3차전 연장 10회 등판해 1이닝을 잘 막았지만 11회 아웃카운트 1개도 잡지 못한 채 볼넷 2개, 안타 3개를 내주며 무너졌다. 이 과정에서 선 감독이 차우찬이나 크루세타를 쓰지 않은 것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특히 3차전에서 막판 핀치에 몰린 정인욱을 고집한 것은 야구 전문가들도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하는 대목이다.

삼성은 PO를 준비하는 동안 선수들 컨디션 관리에 실패했다. 또 선 감독은 다음 경기를 지나치게 일찍부터 대비하느라 정규시즌같이 한 박자 빠른 교체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소리도 듣고 있다.

무너진 불펜 왕국의 4차전 승리를 지킨 주인공은 아이러니하게도 5차전 선발로 아껴뒀던 배영수였다. 그는 1과 3분의 1이닝을 무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으며 세이브를 따냈다.

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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