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신세대 위한 병영문화 나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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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자살 등 각종 군기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자살한 장병은 모두 66명으로 월 평균 5.5명이다. 올해도 2월 중순 현재 9명이 자살했다. 전체 군내 사망자 중 자살이 차지하는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아들을 군에 보낸 부모의 입장이 되어보라. 군 생활을 견디지 못해 생때같은 아들이 주검으로 돌아왔다면 누가 이 나라의 군대를 믿겠는가.

이런 현상의 요인은 복합적이라고 분석된다. 무엇보다 잔존하고 있는 가혹행위가 큰 문제다. 최근 부대 내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된 사병도 선임병에게서 폭행을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육군훈련소 '인분사건'에 따른 각종 근절대책에도 불구하고 가혹행위는 고질처럼 없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이 달라진 신세대 장병들의 가치관도 악순환을 일으키는 한 고리로 작용하고 있다. 이전에는 별로 문제가 안 됐던 '언어폭력'조차도 못 견딘다고 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전방의 한 부대에선 욕설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수십명을 군기교육대에 넣을 정도라고 한다.

적과 싸워 이겨야 하는 군의 특수성에 따라 치열한 훈련과 엄정한 군기는 필요하다. 문제는 이런 측면이 소위 곱게, 자유분방하게 자란 신세대 장병들의 세태와 갈등을 빚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최전방에서 혹한기 훈련을 받던 병사가 추위를 피해 부대를 이탈했다가 민가에서 웅크리고 있는 채로 발견된 것도 단적인 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문제를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땜질 처방 요법에만 맡겨놓을 수는 없다. 군 문화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훈련은 제대로 시키되 병사 개개인의 인격을 존중하는 풍토가 돼야 한다. 속어로 "까라면 까라"는 식의 군대문화가 돼서는 안 된다.

병사들이 자발적으로 군 생활에 동참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군시절이 결코 낭비의 시간이 아니라는 점을 스스로 깨닫게 해줘야 한다. 병영시설도 아파트 생활과 비슷하게는 맞춰 줘야 한다. 이런 데 돈 쓰는 것을 아까워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