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술의 잠재력을 찾아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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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호 06면

김홍주의 ‘1980년대-무제’

드로잉(drawing), 작가의 상상이 시작되는 곳. 쓱쓱 흘려 그린 연필 스케치일 수도, 한 장의 사진이나 몇 분간의 동영상일 수도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양정무 교수는 “드로잉이란 작가의 마음을 가장 많이 닮은 미술”이라 말한다. 거칠고 솔직하고 왕성한 작가의 예술혼이 담겨 있기에 드로잉은 그 자체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한국드로잉 30년: 1970~2000’전, 9월 16일~11월 21일 서울 방이동 소마미술관, 문의 02-410-1336

소마미술관(명예관장 이성순)이 1970년부터 30년간 한국 미술의 발자취를 드로잉으로 풀어낸 것도 드로잉에 숨어있는 한국 미술의 잠재력을 조망해보기 위해서다. 서울올림픽 22주년을 기념하기도 하는 이번 전시는 국내 작가 70여 명의 드로잉 300여 점을 소개하고 있다. 2008년 소마미술관 드로잉전 ‘한국드로잉 100년: 1870~1970’과 함께 그간 국내에서 열린 드로잉 전시 중 최대 규모다.

전시는 여섯 개의 공간에서 진행된다. 백남준의 ‘TV’와 김차섭의 ‘Study’ 등에서 한국적 실험미술과 추상미술의 모태를 찾아본다. 신학철의 ‘한국근대사3 습작’에서는 한국적 모노크롬의 형상을 추구하는 자세를 들여다 본다. 또 현대 미술의 보수성을 해체하는 실험성을 찾아나선 안규철의 연작 드로잉 ‘그 남자의 가방’이나 강익중의 ‘English Learning Drawing’, 전수천이 89년 ‘한강 프로젝트’에서 발전시킨 ‘무빙드로잉 프로젝트’(2005) 등은 드로잉의 무한한 영역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각양각색 스타일로 꾸민 자화상 코너에서는 현대 문명 속에서 예술의 본질을 추구하는 작가들의 고민이 물씬 느껴진다. 성인 3000원, 매주 월요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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