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 천국’ 미국 은퇴자협회가 오바마 정책 좌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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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선진국에서는 은퇴한 시니어들이 자원봉사를 통해 새로운 삶을 찾을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한다. 또 수많은 자원봉사조직이 자생적으로 생겨 사회를 이끌어 간다.

일본은 1974년 후생노동성이 재단법인 장수사회개발센터를 설립했다. 은퇴한 고령자에게 삶의 보람을 느끼게 하고, 건강을 유지하도록 지원한다. 현재 일본은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 노인인 초고령 사회다. 장수사회개발센터는 치매나 중병을 앓는 200만 명을 제외한 2267만 명에게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준다. 일자리를 제공하기보다 지역활동과 같은 자원봉사로 정신적 건강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그래서인지 50대 이상 봉사자가 그 이하 연령대보다 훨씬 많다. 고령자가 만든 지역클럽만 전국에 12만6504개가 있고, 805만 명이 가입돼 있다. 기업도 클럽을 지원한다.

미국에선 고령자 자원봉사단체가 정부와 지역사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미국은퇴자협회(AARP)가 대표적이다. AARP는 세계에서 가톨릭교회 다음으로 큰 자발적인 회원조직이다. 58년 설립돼 4000만 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회원의 나이대는 50~105세이고, 평균 65세다. 이 협회는 ‘서비스를 받지 않고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세무사 3만 3000명이 세무상담을 한다. 이 밖에 ▶운전지도 ▶음식과 의복 수집 ▶독거 노인 관리 ▶청소년 학습지도 ▶홈리스 안식처 제공 ▶저소득가정 재정관리 등 다양한 자원봉사 사업을 한다. 지역 주민들은 이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보낸다. 이러다 보니 정치권도 이들의 요구를 무시하지 못한다. 올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건강보험 혜택을 확대하는 쪽으로 건보법을 개정하도록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덴마크는 고령자에겐 천국과 같다. 평생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 복지제도가 갖춰져 있다. 86년 덴마크 노인회(DaneAge)가 설립됐다. 목적은 다른 선진국처럼 고령자에게 삶의 의욕을 북돋우는 것이다. 방법은 자원봉사다. 회원들을 대상으로 1년에 100회 이상의 자원봉사 워크숍이 열린다. 웹사이트에서 회원들은 자원봉사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다. 52만 명의 고령자가 봉사활동을 한다. 이는 전체 인구(540만 명)의 10% 정도에 해당한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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