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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의 내 맘대로 베스트 7] 전편보다 나은 속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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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3면

영화 ‘다크 나이트’의 악당 조커

대부분의 속편이 전편의 명성에 기댄 안이한 기획이거나 쌓아놓은 명성에 먹칠을 하기 일쑤지만, 가끔은 형보다 나은 동생이 등장하기도 한다. 5월 ‘대부’에 이어 이번에 개봉하는 ‘대부2’는 아마도 대표적인 경우일 듯. 전편보다 나은 속편들의 우월한 세계를 만나본다.

7 ‘오스틴 파워’

한국엔 2편이 ‘오스틴 파워’로 먼저 개봉됐고 1편은 ‘오스틴 파워 제로’로 나중에 소개됐다. 전작보다 더 걸쭉해진 화장실 유머, 타임머신 장치를 이용한 슬랩스틱 코미디, 게다가 더욱 섹시해진 오스틴 파워의 매력은 감히 거부하지 못한다.

6 ‘매드 맥스 2’

제3차 세계대전 이후의 지구로 아예 배경 설정 자체를 바꿔 버린 ‘매드 맥스 2’는 오로지 진일보된 리얼 액션만으로도 전편을 능가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영화의 카 액션은 거의 명예의 전당급. 맥스 역을 맡은 멜 깁슨의 거친 카리스마도 더 깊어졌다.

5 ‘반지의 제왕: 두 개의 탑’

1편 ‘반지의 제왕: 반지 원정대’가 조금은 지루한 서론이었다면, 이 위대한 3부작은 2편에서 드디어 본색을 드러낸다. 혹자는 더 큰 스케일을 자랑하는 3편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이 최고라고도 하지만, 2편의 헬름 계곡 전투는 명불허전의 그 무엇이었다.

4 ‘터미네이터 2’

물론 전작의 거친 느낌에 더 호감을 느끼는 관객도 있겠지만, ‘터미네이터 2’에서 제임스 캐머런이 야심 차게 선보이는 스펙터클은 압도적이다. 특히 액체 금속 사이보그 ‘T-1000’의 존재는 전작의 아날로그 톤을 날려 버리는 시각 혁명. 예견됐던 속편이지만 이토록 강렬할 줄은 몰랐다.

3 ‘본 슈프리머시’

‘본’ 시리즈의 진짜 주인은 더그 라이먼보다는 폴 그린그래스 감독이었나 보다. 1편도 나쁘진 않았지만, 이 시리즈의 날카로운 결은 2편 ‘본 슈프리머시’부터 드러났다. 3편 출연을 주저하던 맷 데이먼도 그린그래스 감독과 함께한다는 믿음으로 ‘본 얼티메이텀’까지 달릴 수 있었다.

2 ‘다크 나이트’

‘배트맨’ 시리즈의 프리퀄인 ‘배트맨 비긴즈’는 우려와 달리 성공했고,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은 그 속편에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신기원을 이룩한다. 바로 ‘다크 나이트’. 영화사상 가장 인상적인 악당 중 하나로 기억될 조커 역의 히스 레저는, 마치 자신의 죽음을 예견한 듯 모든 것을 토해낸다. 현재 놀런 감독이 또 하나의 속편을 준비하는 중.

1 ‘대부 2’

‘대부’는 ‘대부 2’를 통해 비로소 완성된다. 비토 콜레오네가 미국으로 건너와 보스의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1910년대, 그리고 비토가 세상을 떠난 후 마이클이 권좌에 오른 시기를 다룬 50년대 말. ‘대부 2’가 교차시키는 이 두 시대는 전편의 이야기를 앞뒤로 감싸며 거룩한 연대기를 이룬다. 마이클의 절규와 쓸쓸한 죽음으로 마무리되는 ‘대부 3’은 시리즈의 장중한 레퀴엠이다.

영화 칼럼니스트 mycutebir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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