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김정은 = 군사지도자’ 띄우기 시작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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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후계자인 셋째아들 김정은(왼쪽에서 두번째)을 대동하고 강원도 안변의 851군부대를 방문했다. 이들은 지난달 28일 열린 당대표자회 참가자들과 군부대 연합훈련을 참관했다고 조선중앙TV가 5일 전했다. 왼쪽부터 김정각 총정치국 제1부국장, 김정은,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이영호 총참모장, 김정일, 최영림 내각 총리, 김기남·최태복 당 비서, 김정일 여동생 김경희 당 부장. [조선중앙TV 촬영=연합뉴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후계자인 셋째 아들 김정은의 첫 공식활동을 군사훈련 참관으로 잡았다. 지난달 28일 노동당 대표자회 개최를 계기로 김정은을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직에 앉힌 데 이은 조치다. 김정은은 ‘최고사령관(김정일) 명령’에 의해 당 대표자회 하루 전 군 대장 칭호도 부여받았다.

정부 당국과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후계자로 데뷔한 이후 처음 가진 공개 행사를 군 훈련 참관으로 잡은 것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을 군사 지도자와 지휘관으로 부각시키기 위해 첫발을 뗀 것”이라며 “향후 군사이론에도 정통한 ‘김정은 대장’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작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후계자도 선군정치를 이어가게 될 것이란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며 “군이 지지하는 후계자임을 강조해 김정은 체제를 안정적으로 다져가려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26세의 김정은에 대해 북한 안팎에서 ‘불안한 어린 후계자’란 인식이 확산되는 걸 의식한 것이란 얘기다. 이날 김정은의 공개 활동은 아버지의 군사훈련 참관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아직 독자적인 행보를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당대표자회에서 새로 짜인 노동당과 군부의 핵심 인사들이 대거 김정일·김정은의 군사훈련 참관에 수행한 것도 이런 배경으로 보인다. 특히 김정은과 함께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오른 이영호를 먼저 호칭함으로써 그가 김정은의 군부 후계수업을 주도적으로 이끌 것임을 예고했다.

후견인 역할을 하게 될 김정일의 여동생 김경희 당 경공업부장과 남편인 장성택 당 행정부장 겸 국방위 부위원장도 함께 자리했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이번 김정은 활동 공개는 이미 비공개로 이뤄지고 있던 후계 수업을 외부에 드러낸 것”이라며 “김정은이 일정 기간 후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직을 활용해 독자적 활동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군사훈련을 동부전선 부대인 강원도 안변 주둔 7사단에서 벌인 점도 눈에 띈다. 백승주 국방연구원 박사는 “안변은 북한이 수 차례 도발적인 중·단거리 미사일 발사 훈련을 벌인 기지가 있는 곳”이라며 “남한에 대해서도 김정은의 존재를 과시하려는 분위기도 읽혀진다”고 말했다.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군사훈련을 전하면서 “적진은 송두리째 날아가고 적 집단은 삽시에 소멸됐다”고 강조해 남한을 겨냥한 훈련임을 나타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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