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칼럼] 강한 중국, 약한 중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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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한·미 합동훈련에 대한 비판 등 최근 중국의 강경한 태도를 보면 중국 지도자들의 자신감이 극도로 커졌으며, 강대국의 지위를 이용하고 싶어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좀 더 복잡하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말과 행동에는 종종 불안함과 오만함이 뒤섞여 있다. 중국 관리들은 자국의 발전상을 선전하기도 하고 감추기도 하는 등 엇갈리는 모습을 보인다. 지난 8월 중국이 일본을 누르고 공식적으로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됐다는 뉴스가 보도됐을 때 중국은 뽐내기보다는 오히려 ‘가난한 개발도상국’ 이미지를 강조했다.

중국 리더십의 이중적인 모습 중 자신감이 충만한 측면에 대해 이웃 국가들과 미국은 우려하고 있다. 물론 긍정적인 부분도 있긴 하다. 미국 정치과학자 케빈 오브라이언이 지적했듯이 과거의 중국이 어떤 형태의 집단행동도 체제파괴 시도로 봤던 데 비해 최근 국내 저항세력과의 타협점을 찾는 건 그만큼 안정됐다는 뜻이다. 반면 중국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지난해 중국이 반체제 인권운동가이자 변호사인 류샤오보(劉曉波·54)에게 가혹한 형을 선고한 것이 그 예다. 진정 자신감이 충만하다면 그의 운동에 겁을 집어먹고 혹형을 내릴 리 없다.

중국 리더십의 이중적인 성격 중 자신감은 이해하기 쉽다. 1980년대 후반부터 2000년까지 많은 이는 유럽 공산당의 붕괴로 촉발된 흐름에 따라 중국 공산당도 수명을 다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은 오늘날에도 건재하다. 공항 서가를 채웠던 고든 창의 『중국의 몰락』은 이제 마틴 자크의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는 날』로 바뀌었다.

그렇다면 왜 중국 지도자들은 ‘초강대국’으로 불리는 것을 꺼리는가. 우선 실질적인 이득을 얻기 위해서다. 국제사회에서 경제대국이 아닌 ‘가난한 개발도상국’으로 보이는 것은 도움이 된다. 선진국은 기후변화 등 주요 국제 문제에서 더 많은 책임을 지기 때문이다. 동시에 중국은 1인당 국민소득 측면에서 정말 ‘가난한’ 나라다. 중국 주요 도시들과 달리 지방은 가난한 개발도상국의 모습에 가깝다.

중국 공산당은 취약한 위치에 있으며 당도 그 점을 잘 알고 있다. 공산당은 곧 사라질 것이라던 예상보다 더 오래 견디고 있지만 그것이 공산당에 아킬레스건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천안문 사태를 촉발시켰던 부패와 네포티즘(족벌정치)에 대한 인민의 분노는 아직 사그라지지 않았다. 국제사회는 점점 더 중국이 초강대국임을 인정하면서 그에 걸맞은 책임감 있는 모습을 기대한다. 하지만 여전히 중국 지도자들은 때론 강한 듯, 때론 약한 듯 이중 플레이를 하고 있다.

정리=이에스더 기자 ⓒProject Syndic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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