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도산법 이력서] "만든다…만든다…" 벌써 7년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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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외환위기 이후 개인과 기업의 파산이 줄을 이었다. 이들을 그냥 두면 경제적.사회적으로 매장돼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다는 게 정부 판단이었다. 그래서 파산을 했더라도 다시 열심히 일해 빚을 성실히 갚는 사람들을 구제하는 회생절차를 만들기로 했다. 기존에도 회생 관련법은 있었다.

그러나 기존 법은 회생절차가 너무 까다로워 채무자가 다시 열심히 살아가려는 의욕을 꺾었다. 예컨대 1962년 제정된 파산법은 파산과 면책을 분리해 파산선고를 받아도 빚을 받아내려는 채권기관의 추심은 계속돼 실질적인 회생이 어려웠다. 심지어 파산 판정을 받은 채무자에게 가압류를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이 때문에 빚은 있지만 열심히 살아가려는 채무자를 확실히 돕고, 대신 회생이 불가능한 채무자는 즉시 퇴출시키자는 목적으로 통합 도산법을 논의하게 됐다. 하지만 논의한 지 6년 이상 지났지만 아직 법제화가 안 됐다.

정부는 2002년 11월 통합도산법 시안을 만들었다. 그러나 총 663개 조항에 달하는 법안을 제대로 심사할 수 없어 16대 국회에서 자동으로 폐기됐다. 현 정부는 지난해 4월 이후 법무부와 재정경제부.학계 등으로 구성된 실무작업반을 만들어 다시 법제화를 추진했다.

그러나 지난해 9월부터 열린 17대 정기국회에서도 처리하지 못했다. 대신 여야는 당시 개인회생제도의 법제화는 시급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한시적으로 '개인채무자 회생법'만 떼내 법제화를 했다.

개인채무자 회생법은 고정적인 수입이 있으나 신용불량자가 된 봉급생활자와 자영업자 등을 대상으로 법원이 직권으로 채무조정을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추진하는 통합도산법은 이런 개인 채무자 회생법을 포함해 원래 안대로 회생 관련 법안을 통합하는 것이다.

이 중 개인회생 분야에는 법원의 채무 재조정에 앞서 행정부 안에 사전 조정을 위한 개인채무조정위원회를 둔다는 조항이 추가됐다. 이와 함께 ▶파산과 면책 동시 추진▶면책결정까지 가압류 금지▶최저주거비 보장 등의 개선안도 담았다. 하지만 이런 개선안을 담은 통합도산법도 여전히 표류하고 있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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