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훈의 마켓뷰] 실적의 힘 … 증시의 가을 하늘 높아갈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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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9월 증시가 강세로 마감했다. 심리적 저항선이었던 코스피지수 1800을 넘어선 것은 물론, 1900에 육박하는 강한 상승 랠리를 보였다. 더불어 시가총액 1조 달러 시대에 진입하면서 양적으로는 세계 13위 대형 주식시장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

분위기도 달아오르고 있다. 올해 안에 코스피지수가 2000에 이를 수 있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10월 증시의 향방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거워지는 상황이다.

10월 증시의 화두는 뭐니뭐니해도 ‘실적’이다. 시장의 관심이 거시적인 경제 지표에서 기업의 실적으로 바뀌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이달 중순 이후에는 중국과 미국이라는 ‘G2’의 거시경제적 이슈가 증시의 방향타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실적부터 들여다보자. 이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가 맞서고 있다. 상장사들이 3분기에 사상 최대 분기 이익을 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4분기부터는 실적이 꺾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시장이 3분기 이후 실적 둔화에 초점을 맞춘다면 이번 실적 시즌은 주가 조정 시즌이 될 것이요, 그렇지 않고 전반적인 이익 수준이 과거에 비해 한 단계 오른 것에 방점을 둔다면 주가 역시 한 단계 더 상승하게 될 것이다. 과연 어느 쪽일까.

개인적으로는 후자의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4분기 실적이 3분기만 못 하리라는 전망은 정보기술(IT) 대표 기업들이 부진하리라는 예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물론 그 밑바닥에는 주춤하는 세계 IT 경기가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막상 실적 시즌의 뚜껑이 열리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국내 IT 기업의 실적이 시장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것은 물론, ‘우리는 글로벌 경쟁 업체와 다르다’는 차별화된 실적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리라고 본다. 이는 한국 시장의 주가수익비율(PER)에 대한 재평가로 연결돼 3분기 실적 시즌이 우려로 시작하더라도, 기대로 마무리되는 단초를 제공할 것이라고 본다.

다음은 중국. 특히 15~18일로 예정된 중국 공산당 17기 5차 전체회의가 관심거리다. 이번 회의에서는 중국의 12차 5개년 계획(2011~2015년)의 목표가 설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내수 부양과 산업경쟁력 강화(첨단산업 육성, 과잉산업 규제, 산업구조 재편)가 집중 논의될 전망이다. 초점은 특히 내수 부양이다. 강력한 내수 부양 신호가 포착된다면 이는 글로벌 소비 둔화에 대한 걱정을 해소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국.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는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미국의 경제 지표는 나쁘면 나쁜 대로, 좋으면 좋은 대로 증시 상승의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한다. 좋으면 그 자체가 긍정적인 뉴스이고, 나쁘면 최근 미국 정부가 공언하고 있는 ‘추가로 돈 풀기’가 빠르게 이뤄질 것이란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천고마비의 계절인 가을에도 연초부터 반복됐던 더블 딥 등 거시경제적 이슈와 기업 실적 간 힘겨루기가 이어지겠지만, 제반 여건을 고려할 때 이제는 힘의 균형이 깨지며 상승 쪽으로 추세적 방향성이 잡힐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10월이 될 것이다.

정영훈 한화증권 리서치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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