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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스마트 혁명, 그 현장을 가다] ④ E머니 강자 - 하나SK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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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하나SK카드 경영지원팀의 박민희씨가 모바일 신용카드 가맹점인 홈플러스 서울 강동점에서 ‘터치1’카드로 결제를 해 보이고 있다. [하나SK카드 제공]

토요일인 2일 오후 1시 대형마트 홈플러스의 서울 천호동 강동점. 주말이어선지 계산대마다 줄이 꽤 길었다. 손님들 손엔 현금이나 신용카드뿐 아니라 각종 쿠폰이나 포인트 적립을 위한 멤버십카드가 들려 있었다. 개중에는 계산원이 결제를 진행하는 동안 부랴부랴 전단지 쿠폰을 오리느라 부산을 떠는 사람, 멤버십카드를 깜빡 잊고 가져오지 않아 낭패한 기색이 역력한 이들도 보였다. 이남희(41)씨의 표정은 한결 여유로웠다. 두툼한 여성용 손지갑을 꺼내는 대신 내민 건 스마트폰이었다. 이를 계산대 위 동글이(금융 IC칩 리더기)에 갖다 대자 ‘삐익-’ 하는 소리와 함께 쇼핑대금 결제가 이뤄졌다. 여성 계산원의 친절한 설명이 이어졌다. “총 구매액 10만3500원 중 모바일 쿠폰과 휴대전화 포인트를 사용해 총 1만3100원 할인을 받으셨네요.” 대금 결제와 할인서비스가 한꺼번에 처리된 것이다.

이씨의 휴대전화에 담긴 건 하나SK카드의 모바일 신용카드 ‘터치1’이다. 이 카드회사가 지난 6월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S 출시에 맞춰 SK텔레콤 가입자를 상대로 내놓은 상품이다. 대금 결제만 가능하던 기존의 모바일카드와 달리 쿠폰 제공과 포인트 적립, 멤버십 관리 등 다양한 서비스를 갖췄다. SK텔레콤의 T멤버십 기능도 있어 SK주유소·홈플러스·패밀리마트 등 주요 모바일 가맹점에서는 3%의 추가 할인을 받을 수 있다. 하나SK카드의 윤원영 상무는 “모바일 신용카드(이하 ‘모바일카드’) 3종 출시 5개월 만에 가입자 20만 명을 확보했다. 터치1은 출시 두 달 만에 10만 회원을 모았다”고 말했다. 모바일카드 중 가장 빠른 성장세다.

모바일카드는 휴대전화가 신용카드 역할을 겸하는 것이다. 휴대전화에 금융 USIM칩을 탑재해 플라스틱 신용카드(이하 ‘플라스틱카드’)처럼 쓸 수 있다. 금융·통신·유통을 결합한 새로운 정보기술(IT) 융합 상품이다.

모바일카드는 휴대·사용이 편리하다. 결제시간도 짧다. 이남희씨는 “온갖 쿠폰과 카드로 꽉 찬 지갑 대신 휴대전화 하나 달랑 넣고 나오면 된다”고 했다. 유통업체도 이득이다. 홈플러스 강동점의 제의권 고객서비스섹션장은 “결제시간이 짧아 손님과 계산원 모두 좋아한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점포 이용객의 구매 패턴을 분석해 이에 맞는 쿠폰과 이벤트 정보를 제공하는 표적 마케팅이 가능하다.

#결제 순간 동시다발적 정보 공유

이씨만 해도 홈플러스 방문 전에 휴대전화로 신선식품 3% 할인 쿠폰을 발급받았다. 구매 패턴에 맞춘 이벤트 안내 메시지도 받았다. 쇼핑을 끝낸 그가 동글이에 휴대전화를 갖다 대고 비밀번호를 눌러 결제를 마치는 데까진 5초가 걸리지 않았다. 그 짧은 순간에 하나SK카드와 제휴사인 SK텔레콤·홈플러스의 해당 서버에선 다양하고 복잡한 전자 결제·서비스 과정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하나SK카드 서버에선 쿠폰 할인과 모바일 결제 고객 3% 추가 할인이 자동 진행됐다. 홈플러스 서버에선 이씨의 멤버십 포인트 적립이, SK텔레콤에선 T멤버십 적립이 이루어졌다. 이렇게 모인 귀중한 고객정보를 세 회사가 허투루 흘려 보낼 리 없다. 결제가 마무리되는 즉시 구매액과 구매 품목에 맞는 쿠폰, 이벤트 공지를 휴대전화 팝업으로 제공한다. 전체 결제 내역을 담은 메시지를 발송하는 것은 물론이다.

#카드·통신업계 경쟁 불붙어

하나SK카드는 애초 금융-통신 간 융합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 설립됐다. 이강태 사장은 설립 초기부터 “카드와 통신이 연계된 상품에 주력하겠다. 모바일 결제 사업의 선두주자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에 따라 3월 ‘터치7’을 시작으로 ‘터치S’ ‘터치1’ 등 SK텔레콤 가입자 상대의 모바일카드를 잇따라 내놓았다.

이 회사의 최대 강점은 방대한 예비 고객 데이터다. SK텔레콤 가입자 2400여만 명, 멤버십이 연계된 OK캐시백 가입자만 2000여만 명에 이른다. KTB투자증권의 송재경 기업분석팀장은 “하나SK카드 출범으로 모바일카드의 주도권이 카드사업자 독주 체제에서 카드-통신 협조 체제로 전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안의 PC’라는 스마트폰 사용자가 급증하는 것도 순풍에 해당한다.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는 400만 명에 육박한다. 이는 전체 이통 시장의 16~17%에 이른다. 금융감독원의 최재환 정보화전략실장은 “스마트폰 열풍이 전자금융 서비스 전반의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7월 현재 모바일카드 결제를 포함한 모바일 은행·증권 거래 건수는 8개월 전인 지난해 11월보다 121배 급증했다.

#플라스틱 카드 사용 습관이 걸림돌

그렇다면 스마트폰을 통한 모바일카드와 일반 3G 휴대전화를 통한 서비스 간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결제나 쿠폰·멤버십 서비스는 양쪽 다 된다. 하지만 여러 회사 모바일카드를 한 단말기에 내려받아 자유로이 쓰는 ‘전자지갑(Smart Wallet)’ 서비스나, 위치기반서비스(LBS)로 사용자 위치를 파악해 그 인근 점포에서 쓸 만한 쿠폰을 발송하는 일은 스마트폰에서만 가능하다.


모바일카드의 차세대 서비스는 ‘스마트 지불(Smart payment)’ 시장이다. 모바일카드와 전자지갑, 각종 금융 애플리케이션을 집약한 것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모바일 커머스’ 확산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지갑 없이 스마트폰 한 대로 ‘똑똑한’ 거래를 할 수 있는 세상이 바야흐로 열리는 것이다.

그러나 모바일카드의 미래가 마냥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소비자들의 오랜 플라스틱카드 사용 습관과 동글이 보급 부족이 큰 걸림돌이다. 하나SK카드가 모바일카드 대중화를 위해 가맹점을 늘리고 할인 혜택을 추가하는 등의 다양한 프로모션을 준비하는 것도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이다.

특별취재팀=이원호·이나리·심재우·박혜민·문병주 기자

◆모바일 커머스(mobile commerce)=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상거래. 각종 첨단 정보통신 기술을 집약해 사용자의 현재 위치와 구매 패턴에 기반한 맞춤 정보를 실시간 제공한다. 스마트폰으로 상품 바코드를 스캔해 총 구매가격과 할인가격, 인근 매장과의 가격 비교를 할 수 있다. 실제 거실 사진에 가상의 가구 이미지를 덧대 보는 등의 증강현실 서비스도 속속 나온다. KTB증권 측은 "국내 모바일 커머스 시장 규모는 300조원대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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