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공정위가 경쟁 억눌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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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능과 조직을 비판했다.

전경련은 16일 발표한 '공정위의 기능, 사건처리 절차의 국제 비교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공정위가 기업의 경쟁 촉진이라는 본래의 목적에 어긋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출자총액제한 제도도 경쟁 촉진과는 거리가 멀고, 위원 임명 방법도 독립성을 보장키 어렵게 돼 있다는 것이다. 또 미국의 연방거래위원회(FTC)와 일본의 공정취인위원회 등 선진국의 경쟁촉진기구와 비교하면서, 이들 기구는 출자총액제한 등 경제력 집중 억제 정책을 펴지 않고 있다고도 했다.

전경련은 보고서에서 "출자총액제한은 기존의 대기업 시장에 다른 대기업이 참여하는 것을 막는다"면서 "이는 오히려 경쟁을 억누르는 효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출자총액제한 제도는 '부정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출자총액제한 대상인 자산 5조원을 넘지 않으려고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는 것이 '부정적 인센티브'라는 것이다.

보고서는 또 경제력 집중 억제 수단인 지분 제한, 의결권 제한, 부채비율 유지 등은 공정위에서 타 부처로 소관을 옮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미국 FTC는 아예 이 같은 기능이 없고, 일본의 공정취인위는 한때 이런 권한이 있었으나 2002년에 폐지했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1999년 발간한 '한국의 규제개혁 보고서'에서 공정위는 경쟁 정책에 집중하고 금융(부채비율)이나 자본(지분.의결권.출자 제한) 관련 규제는 다른 기관에 넘기도록 권고한 바 있다.

공정위 조직에 대해 전경련은 "위원장과 위원 임명권을 대통령 및 행정부가 독자 행사하고 있어 정부의 영향력을 배제할 수 없다"며 "독립성을 보장하려면 위원 임명에 국회 동의 또는 추천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공정위원은 위원장을 비롯해 모두 9명으로, 위원장과 부위원장은 국무총리의 제청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고, 다른 위원은 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보고서의 내용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은 순환출자 등의 지배구조를 갖고 있어 적절한 제어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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