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은행의 노형종 현지법인장도 "현재 840여 개의 한국 기업이 진출했지만 현지인 명의로 투자한 것까지 합치면 1000개가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도 오는 10월 호치민에서 그룹 전략회의를 연다. 미.중.유럽.아시아 등 4대 해외 거점별로 각각 회의를 하면서 아시아 쪽은 베트남을 선택했다. LG.SK.포스코 등도 베트남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와 관련, 유태현 주베트남 대사는 "베트남은 한국이 잘 가꿔야할 이웃"이라며 "지난해 우리나라는 베트남과의 교역에서 25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 손재주가 좋은 베트남 인력=섬유.신발 등 국내에서 맥을 못추던 산업도 베트남에선 힘을 내고 있다. 한세실업의 베트남 공장은 봉제라인을 대폭 증설했다. 3년 전 투자할 당시 6개에 불과했던 봉제라인은 56개로 늘었다. 한세실업 베트남법인 한세비나의 임철호 법인장은 "미국인 5명 중 1명은 한세의 옷을 입고 있고 이 옷의 상당 부분이 베트남에서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한세비나는 지난해 7000만달러어치의 의류를 해외에 팔았다. 베트남 섬유업체 중 둘째로 수출을 많이 했다. 이 회사의 올 수출 목표는 1억2000만 달러다.
11년 전 베트남에 진출한 태광실업도 고속성장 중이다. 베트남 진출 첫해에 78만켤레를 만들던 이 회사 호치민 공장은 지난해 1018만켤레를 만들었다. 1만4000여명의 종업원을 거느리고 있다. 베트남에 있는 한국 기업 가운데 고용 인원이 가장 많다. 이 회사 박연차 회장은 "투자할 때 빌린 5000만달러도 4년 만에 다 갚았다"며 "인건비는 중국의 75% 수준에 불과한데도 손끝 기술은 중국 인력보다 탁월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현지법인인 삼성비나 오한진 부장은 "중국.인도 등과 비교했을 때 베트남의 노동력이 으뜸"이라고 지적했다.
◆ 전자.이통 업체도 두각=2001년 진출한 SK텔레콤은 그동안 정부 규제와 선발 국영통신업체들의 견제로 고전하다가 지난해부터 기지개를 켜고 있다. 넉달 전만 해도 10만명에 머물던 가입자가 최근 20만명으로 늘었고 내년에는 100만명이 될 것으로 회사는 내다보고 있다. 정대현 베트남 법인장은 "현지 업체들이 생각지 못하던 부가서비스(문자 및 컬러링) 등 차별화된 마케팅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삼성.LG전자 등은 베트남 가전시장에서 일본 업체를 밀어냈다. TV의 경우 4년 전만 해도 소니가 시장점유율 1등이었지만 지금은 삼성.LG가 서로 1위를 다투고 있고 소니는 3등으로 내려 앉았다. 또 에어컨은 LG, 모니터는 삼성이 선두로 나섰고 삼성 휴대전화는 선두 노키아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삼성비나의 매출액은 진출 첫해인 1996년 900만달러에서 지난해 2억4000만달러로 늘었다. LG도 97년 이후 연평균 35%씩 고도 성장하고 있다. 베트남대우자동차(비담코)도 순항 중이다. 93년 진출 당시 빌린 2200만달러는 이미 갚았고, 투자액 1000만 달러의 5배에 이르는 돈이 본사에 송금됐다. 이 회사 김정인 대표는 "승용차시장 점유율이 33%로 우리가 1등"이라면서 "다른 외국계 자동차 메이커들은 모두 합작이지만 우리는 단독출자 법인"이라고 말했다.
호치민.하노이=김영욱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