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 VIETNAM] 상. 기업하기 유망한 나라 2005 '베트남 러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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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베트남을 '기회의 땅'으로 삼는 한국 기업이 늘고 있다. 지난달 29일 베트남 호치민에서 만난 설영오 신한은행 호치민 지점장은 "투자하겠다며 찾아오는 기업이 많아졌다"고 밝혔다.

수출입은행의 노형종 현지법인장도 "현재 840여 개의 한국 기업이 진출했지만 현지인 명의로 투자한 것까지 합치면 1000개가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도 오는 10월 호치민에서 그룹 전략회의를 연다. 미.중.유럽.아시아 등 4대 해외 거점별로 각각 회의를 하면서 아시아 쪽은 베트남을 선택했다. LG.SK.포스코 등도 베트남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와 관련, 유태현 주베트남 대사는 "베트남은 한국이 잘 가꿔야할 이웃"이라며 "지난해 우리나라는 베트남과의 교역에서 25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 손재주가 좋은 베트남 인력=섬유.신발 등 국내에서 맥을 못추던 산업도 베트남에선 힘을 내고 있다. 한세실업의 베트남 공장은 봉제라인을 대폭 증설했다. 3년 전 투자할 당시 6개에 불과했던 봉제라인은 56개로 늘었다. 한세실업 베트남법인 한세비나의 임철호 법인장은 "미국인 5명 중 1명은 한세의 옷을 입고 있고 이 옷의 상당 부분이 베트남에서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한세비나는 지난해 7000만달러어치의 의류를 해외에 팔았다. 베트남 섬유업체 중 둘째로 수출을 많이 했다. 이 회사의 올 수출 목표는 1억2000만 달러다.

11년 전 베트남에 진출한 태광실업도 고속성장 중이다. 베트남 진출 첫해에 78만켤레를 만들던 이 회사 호치민 공장은 지난해 1018만켤레를 만들었다. 1만4000여명의 종업원을 거느리고 있다. 베트남에 있는 한국 기업 가운데 고용 인원이 가장 많다. 이 회사 박연차 회장은 "투자할 때 빌린 5000만달러도 4년 만에 다 갚았다"며 "인건비는 중국의 75% 수준에 불과한데도 손끝 기술은 중국 인력보다 탁월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현지법인인 삼성비나 오한진 부장은 "중국.인도 등과 비교했을 때 베트남의 노동력이 으뜸"이라고 지적했다.

◆ 전자.이통 업체도 두각=2001년 진출한 SK텔레콤은 그동안 정부 규제와 선발 국영통신업체들의 견제로 고전하다가 지난해부터 기지개를 켜고 있다. 넉달 전만 해도 10만명에 머물던 가입자가 최근 20만명으로 늘었고 내년에는 100만명이 될 것으로 회사는 내다보고 있다. 정대현 베트남 법인장은 "현지 업체들이 생각지 못하던 부가서비스(문자 및 컬러링) 등 차별화된 마케팅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삼성.LG전자 등은 베트남 가전시장에서 일본 업체를 밀어냈다. TV의 경우 4년 전만 해도 소니가 시장점유율 1등이었지만 지금은 삼성.LG가 서로 1위를 다투고 있고 소니는 3등으로 내려 앉았다. 또 에어컨은 LG, 모니터는 삼성이 선두로 나섰고 삼성 휴대전화는 선두 노키아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삼성비나의 매출액은 진출 첫해인 1996년 900만달러에서 지난해 2억4000만달러로 늘었다. LG도 97년 이후 연평균 35%씩 고도 성장하고 있다. 베트남대우자동차(비담코)도 순항 중이다. 93년 진출 당시 빌린 2200만달러는 이미 갚았고, 투자액 1000만 달러의 5배에 이르는 돈이 본사에 송금됐다. 이 회사 김정인 대표는 "승용차시장 점유율이 33%로 우리가 1등"이라면서 "다른 외국계 자동차 메이커들은 모두 합작이지만 우리는 단독출자 법인"이라고 말했다.

호치민.하노이=김영욱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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