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정봉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밀롱가 다양한 연령, 파트너와 무대 걷듯 돌며 서너 곡씩 춤춰
밀롱가 ‘엘 땅고’에서 느릿느릿 탱고를 추고 있는 사람들. 테이블에 앉아 바라보기만 해도 그 관능적인 몸짓에 취한다.
무대에는 일곱 커플이 천천히 걷듯 움직였다. 남성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동작 하나하나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고, 여성들은 대체로 눈을 지긋이 감고 파트너에게 몸을 기댔다. 심장과 심장이 맞닿았고, 여성의 이마가 남성의 뺨에 닿을 듯 밀착돼 있었다.
보는 사람의 살이 떨릴 정도의 거리다. 이를 ‘아브라소 세라도(abrazo cerrado)’라고 한다. ‘밀착한 포옹’이라는 뜻이다. 이씨는 “아르헨티나 초기 밀롱가 때 좁은 공간에서 여럿이 밀착해 추기 위해 만들어진 동작”이라며 “남성이 작은 움직임으로 여성을 이끌기 편하고, 섬세한 동작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송이씨는 “함께 춰보면 동작에 집중하는 것인지, 다른 것에 신경이 팔린 것인지 감이 온다”고 했다. 이렇게 흑심을 품고 접근하는 남자들은 금세 여자들 사이에 소문이 퍼진다.
홀에는 아르헨티나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1930년대의 느린 곡이 나오고 있었다. 여기서 추는 탱고는 흔히 우리가 아는 과장된 동작의 콘티넨털 탱고가 아니다. 걷는 춤이라는 말처럼 커플들은 느린 속도로 일사불란하게 무대의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고 있다. 커다란 무대 위에는 커플들이 만드는 차선이 2~3개쯤 생긴다. 한 차선 내에 있는 이들을 다른 차선으로 옮겨타서는 안 되고 앞사람을 추월해서도 안 된다. 탱고 동호회 ‘아딕시온’ 운영진 이준석(39)씨는 “대체로 가장 바깥 라인에서 춤을 추는 이들이 탱고의 고수이고 안쪽일수록 초보들이 자리를 잡는다”고 설명했다.
밀롱가에서는 한 파트너와 서너 곡을 한꺼번에 춘다. 서너 곡이 끝나면 ‘코르티나(cortina)’가 흘러나온다. 커튼이라는 뜻으로 막이 내렸다는 의미다. 탱고 음악이 아닌 심수봉의 ‘백만송이 장미’가 흘러나왔다. ‘은밀한 춤 신청’이 이뤄지는 시간이다. 바로 ‘카베세오(cabeceo)’다. ‘눈짓을 던진다’는 의미다. 의자에 앉아 말없이 눈빛만으로 춤 신청과 승낙·거절이 동시에 이뤄진다. 방법은 간단하다. 눈이 마주쳤을 때 고개를 까딱하면 승낙하는 것이고, 거절하려면 눈을 피하면 된다.
살사바 젊은 분위기, 비트 맞춰 제자리서 화려한 동작 만들어
살사바 ‘턴’을 가득 메우고 있는 청춘남녀들. 빠른 리듬에 맞춰 몸을 놀리는 이들의 춤은 불꽃처럼 강렬했다.
‘턴’은 요즘 가장 뜨고 있는 살사바다. 살사바는 97년 홍대 앞 마콘도가 문을 열면서 홍대 입구를 위주로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다 최근 들어 강남으로 그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무대에서 살사를 추는 이들은 무대를 도는 것이 아니라 제자리에서 몸을 돌리거나 손을 이리저리 주고받는 등 화려한 동작을 선보였다. 최기룡(38)씨는 “탱고가 안으로 숨기는 춤이라면 살사는 밖으로 표출하는 열정의 춤”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살사바엔 밀롱가에 비해 젊은이들이 많았다. 춤 신청도 눈짓으로 하는 게 아니라 남성이 여성에게 직접 다가가 청한다.
젊은이들이 살사에 몰리는 이유는 고풍스러운 오케스트라 음악을 주로 트는 탱고와 달리 귀에 익은 팝송을 흥겨운 리듬으로 편곡한 리메이크곡들이 많다는 점도 작용한다. 강한 비트의 리듬이 반복되기 때문에 무대에는 파트너와 춤을 추는 대신 각종 타악기를 두드리고 흔들며 흥을 내는 사람들도 있다. 또 살사에는 몇 가지 기술이 매뉴얼처럼 있어서 이 동작들을 여러 패턴으로 맞춰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살사 동호회 ‘살사로’ 운영진 함영진(40)씨는 “손과 상체를 이용해 파트너와 다양한 동작을 만들어나가는 게 살사의 재미”라고 말했다.
살사바에서는 한 시간에 한 번 정도 살사 음악이 아닌 곡을 틀 때가 있다. 한 사람이 그 음악에 맞춰 무대 가장자리에서 홀로 춤을 추면 그 뒤로 사람들이 모여 그 동작을 따라 한다. 이를 ‘라인댄스’라고 하는데, 몇 가지 동작이 계속 반복되며 분위기를 돋운다.
살사바에는 대부분 거울이 있다. 한쪽 벽면을 채운 거울 앞에선 20여 명이 음악에 맞춰 기본 스텝을 연습하고 있었다. 대개 경력이 1년이 안 된 초보들이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흘러나오는 살사 음악에 맞춰 거울을 보며 끊임없이 똑같은 스텝을 밟는다. 살사 강사인 김자형(41)씨는 “살사를 추려면 박자 감각을 익히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초보자들은 거울 앞에서 계속 연습한다”고 말했다.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고수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화려한 춤사위를 펼쳤다.
●여기서 배워보시겠습니까
자신의 발을 신경쓰면 ‘하수’, 상대의 발을 느끼면 ‘고수’다. 살사바 ‘턴’ 기둥에 기대 있는 한 살세라의 발.
탱고를 배우고 싶다면
아딕시온│cafe.daum.net/adiccion
라틴 속으로│cafe.daum.net/latindance
탱고와 살사 모두를 겸하는 동호회
LNT탱고살사클럽│cafe.daum.net/LnT
아트탱고│cafe.daum.net/tangoperformance
땅고아르떼│cafe.daum.net/Tangoarte
탱고시덕션│cafe.daum.net/tangoseduction
살사를 배우고 싶다면
라틴댄스클럽│cafe.daum.net/latindanceclub
스카이라틴│cafe.daum.net/skylatin
초보라틴댄스방│cafe.daum.net/chobolatin
라틴파라다이스│cafe.daum.net/LP
이지라틴(중년)│cafe.daum.net/ezlatin
살사포유(중년)│cafe.daum.net/Salsa4U
살사로(중년)│cafe.daum.net/salsaro
●밀롱가·살사바에서 느껴보세요
밀롱가와 살사바는 대부분 홍대와 강남에 밀집해 있다. 보통 오후 8시부터 문을 열고 자정까지 운영한다. 입장료는 7000~9000원.
밀롱가
●아따니체 02-542-4427│신사동 가로수길 뒤편, 구립신사어린이집 맞은편 2층.
●엘 땅고 070-7631-9898│지하철 3호선 신사역 4번 출구에서 200m.
●땅게리아 델 부엔 아이레 02-3446-8264│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 4번 출구에서 300m.
●엘 불린 0505-248-2688│지하철 3호선 신사역 8번 출구에서 300m.
●땅고 오 나다 02-324-7411│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2번 출구에서 200m.
살사바
●마콘도 02-332-5752│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4번 출구에서 100m.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살사바. 실내 흡연 가능.
●바히아 02-335-1512│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5번 출구에서 100m. 수·금요일은 바차타 데이.
●보니따 02-337-0045│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2번 출구에서 200m. 월·화 휴무, 금요일 여성 무료 입장.
●부에나비스타 010-3180-0544│홍대입구역 5번 출구 LG팰리스빌딩 지하 2층.
●턴 02-557-2228│지하철 2호선 강남역 2번 출구에서 300m. 토요일은 새벽 5시까지 운영.
●탑 02-518-7767│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 2번 출구에서 200m. 면적 약 560㎡(약 170평)로 국내 최대 살사바.
●댄스 슈즈부터 마련하시죠
댄스화는 필수 아이템에 가깝지만, 옷은 따로 필요한 게 아니다. 춤추기 편하면서 상대방에게 예의를 갖출 정도면 된다. 탱고의 경우 남성은 셔츠에 면바지, 여성은 원피스 차림이면 충분하다. 살사의 경우는 남녀 모두 청바지나 반바지 등도 많이 입는다. 단, 옷이 땀에 젖을 걸 대비해 갈아입을 여벌을 가져가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