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미래 농업의 블루오션 ‘약용 작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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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최근 국내 농업계가 약용작물 산업에 거는 기대도 남다르다. 정부는 이미 2005년부터 ‘한의약육성발전 5개년 종합계획’ ‘경북대구한방산업진흥계획’ 등 장기 지원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또 국내 약용작물 시장의 30%가량을 차지하는 경북도는 생산 기반의 안정화, 약용작물의 효능 입증 및 관련 제품 연구, 대중화를 위한 마케팅 강화 등 약용작물 육성에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농산물 시장 개방으로 낮은 품질의 저가 수입 약용작물이 부정 유통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은 한의학 및 한방산업의 비전과 약용작물의 시장성이 여전히 뛰어나다는 사실을 증명해 준다.

먹을거리뿐 아니라 약리적 기능도 함께 가진 약용작물은 그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단순 재배 수준의 농업 형태에서 벗어나 식음료, 천연색소 및 성분을 활용한 바이오 의약품, 기능성 화장품 등 다양한 산업군의 제품으로 진화할 수 있다. 약용작물이 농산물이라는 옷을 벗고, 어떠한 가공과정을 통해 재탄생되느냐에 따라 고부가가치의 ‘6차 산업(1차+2차+3차)’으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약용작물 산업이 ‘전통과 첨단의 결합’을 가장 극대화할 수 있는 분야라는 점도 미래 농업의 블루오션으로 꼽히는 이유다. 스위스의 ‘진사나’는 전통약재를 벗어나, 현대화 작업을 통한 제품 개발이 건강식품 시장에서 얼마나 큰 파급력을 갖는지 알 수 있는 좋은 예다.

이처럼 약용작물이라는 우수한 콘텐트는 최첨단 과학을 통한 효능 및 성분 추출, 상품화 과정을 통해 시장에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상품으로 탈바꿈된다.

약용작물의 가치는 가공할수록 높아진다. 의약품으로 개발될 경우 그 부가가치는 7500배로까지 상승한다. 결국 약용작물 산업의 성장은 1차적 생산 주체인 농가의 소득 확대로 이어진다. 시장경제에서 뒤처졌던 농촌이 활기를 되찾고, 농가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핵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에선 세계적인 고려 인삼을 비롯해 총 50여 종 이상의 약용작물이 전국에 걸쳐 재배, 생산되고 있다. 아직 중국이나 해외 약용작물 시장에 비하면 규모가 작은 것이 사실이나, 이들 약용작물은 세계 어느 시장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 고품질을 자랑한다.

이미 국내에서도 천연자원을 활용한 의약품이 출시되는가 하면, 마·오미자·삽주·천속단 등 다양한 약용작물에 대한 활발한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그런 면에서 국내 약용작물 산업의 미래는 더욱 긍정적이라 하겠다.

미래 농업의 가치는 환경과 먹을거리 생산을 넘어 더 큰 그림으로 고민해야 할 사안이다. 그동안 전통의 가치에 묻혀 있던 막걸리가 요즘 열풍을 몰고 온 것만 봐도 농업은 이제 산업이고, 상품이고, 첨단과 맞닿은 기술임을 알 수 있다. 이제 약용작물을 단순한 농업이 아닌, 건강과 자연을 대표하는 산업 주체로 도약시킬 때다.

정우석 경북청정약용작물클러스터 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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