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후견인’ 장성택, 물 먹었나 몸 낮췄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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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당대표자회를 통해 김정일의 매제인 장성택 당 행정부장 겸 국방위 부위원장이 정치국 후보위원과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을 맡는데 그쳐 여러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정은 후계 체제의 후견인으로서 당초 당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정치국 상무위원회에 입성할 것으로 관측돼온 것에 비하면 낮은 직급에 머문 셈이다.

27일 대장 칭호를 부여받고 정치국 위원이 된 부인 김경희보다 뒤처졌다. 중앙군사위원 중에서도 새로 선출된 최용해에 이어 마지막으로 호명됐다. 최용해는 장성택의 측근으로 알려져 온 인물이다.

그래서 두 가지 설이 나온다. 하나는 실제로 이번 인사에서 물을 먹은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서방 언론과 전문가들이 하나같이 그의 거취를 주목하면서 견제를 받지 않았느냐는 관측이다. 그에게 과도한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경계해 김경희를 지렛대로 장성택의 힘을 분산시킨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다른 하나는 이번 당대표자회의 최대 과제가 조카인 김정은의 후계를 공식화하는 것인 만큼 의도적으로 높은 직위를 부여하지 않았다는 관측이다. 요직에 중용돼 북한 내외의 스포트라이트가 분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일 뿐 실제로는 김정은 후계의 버팀목이라는 것이다. 그가 김정은의 몇 안 되는 친척이기 때문이다.

그는 정치국에선 후보위원이지만 당 행정부장, 국방위 부위원장, 당 중앙군사위원 등 곳곳에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직책을 맡고 있기도 하다. 실제 이번 당대표자회를 통해 박명철 등 그의 측근들이 중앙위원에 다수 포진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향후 그의 공개활동을 들여다보면 후계 국면에서의 그의 위상은 보다 분명하게 드러날 전망이다.

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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